‘인체실험’ 日 731부대 소속 3607명 실명 찾았다 기사의 사진
731부대 관련 검증 모임 군의관 등 명부 처음 공개
인체실험 논문으로 취득한 박사학위 취소도 요구
“논문 속 ‘원숭이 두통 호소’ 표현은 인체실험의 증거”


2차 세계대전 당시 세균전과 반인륜적인 인체실험으로 악명 높았던 일본군 731부대 구성원의 전모를 알려주는 명부가 처음 공개됐다.

이케우치 사토루 나고야대 의대 명예교수, 니시야마 가쓰오 시가대 의대 명예교수 등이 이달 초 설립한 ‘만주 제731부대 군의장교의 학위 수여 검증을 교토대학에 요구하는 모임’(이하 모임)은 14일 교토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공문서관이 공개한 관동군 방역급수부 731부대 부재명부(留守名簿·유수명부·사진)를 발표했다고 교토신문 등이 전했다. 부재명부란 외국에 출정한 군인의 현황이나 일본 내 연락처 등을 기록한 명부다. 2차대전 패전 6개월 전에 만들어진 731부대 부재명부에는 3607명의 실명이 담겨 있다. 다만 일본군은 공식적으로는 731부대를 감추기 위해 만주 제659부대로 칭했다.

모임 측은 “731부대 구성의 전모를 알 수 있는 1급 자료”라면서 “정부가 그동안 731부대에 대한 자세한 공문서를 보관해온 사실이 전후 70년 이상 지나서 처음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731부대 관련 자료를 감춰 왔다. 이 명부는 1982년 참의원 내각위원회에서 공산당 소속의 사카키 도시오 의원이 731부대에 소속됐던 군인과 인체실험에 대해 질문한 것에 외무성이 답변하면서 존재가 처음 드러났지만 공개되지는 않았다. 이후 2015년 니시야마 교수 등이 소속돼 전쟁 중 의사의 잔학 행위를 규명하고 반성하는 모임인 ‘15년 전쟁(일본의 2차대전 참전 기간)과 일본의학·의료연구회’가 국립공문서관에서 이 명부를 실제로 찾아냈다.

하지만 국립공문서관은 이 문서의 공개를 거부했다. 지난해 니시야마 교수 등의 공개 청구에 겨우 내놓은 자료는 “전범과 그 친족을 특정하는 정보”라는 이유로 거의 검게 칠해져 있었다. 끈질긴 공개 요구에 국립공문서관은 올 들어 전체 정보를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명부를 분석한 결과 군의관 52명, 기사 49명, 보조원 1275명, 위생병 1117명 등 731부대의 구성원이 드러났다. 전후 교토대 의대 학부장을 지내는 등 생전 일본 최고의 병리학자로 꼽혔던 오카모토 고조는 기사로 근무한 사실이 밝혀졌다.

모임 측은 지난 2일 731부대 장교들에게 교토대가 수여한 박사 학위를 취소해야 한다고 처음 주장했다. 니시야마 교수는 2012년 학술지 ‘사회의학연구’에 실은 논문 ‘731부대 관계자 등의 교토대학 의학부 박사 논문의 검증’에서 최소 23명이 교토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확인된 논문 중에는 731부대의 생체실험 결과를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저작들이 포함됐다는 것을 밝힌 바 있다.

기자회견 이후 열린 강연회에서 쓰네이시 게이치 가나가와대 의대 명예교수는 이번에 모임 측에서 교토대에 박사학위 취소를 요청한 논문의 내용을 공개했다. 문제의 논문은 원숭이를 사용해 벼룩에 의한 페스트 매개 능력을 연구한 것으로 종전 직전인 1945년 5월 31일자로 교토대에 제출돼 그해 9월 박사학위가 수여됐다. 쓰네이시 교수는 논문에 실험 원숭이가 두통을 호소했다는 기술과 관련해 “두통을 호소하는 원숭이가 있을 수 있느냐”며 원숭이가 곧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731부대에는 교토대 의대 출신이 수십명 근무했다.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에 있던 731부대는 한국, 중국, 러시아, 몽골 출신 포로를 ‘마루타’(통나무라는 뜻의 일본어)로 사용해 치명적인 생체 실험을 실시, 10년간 최소 3000여명을 숨지게 했다. 일각에서는 당시 만주 주민들에게 세균을 뿌렸던 만큼 피해자가 수십만명에 이른다는 주장도 있다.

2차대전 종전 이후 생체실험에 가담했던 나치 군의관 23명이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에 기소돼 7명이 사형된 독일과 달리 731부대 의사들은 승승장구했다. 미국은 인체실험 자료를 넘겨받는 조건으로 이들을 도쿄 전범재판에서 제외했다. 그리고 가나자와대 초대 학장이 된 도다 쇼조, 교토부립의대 학장이 된 요시무라 히사토 등 대부분은 의학계 중진 내지 거물로 대접받았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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