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복지, 밀알에서 기적으로] 꿈엔 장애 없도록… 아이들에게 도움의 단비를

(1) 작은 치료, 큰 기적 - ① 장애아동 의료비

[장애인 복지, 밀알에서 기적으로] 꿈엔 장애 없도록… 아이들에게 도움의 단비를 기사의 사진
송수진씨가 지난 10일 인천의 한 바리스타 실습장에서 직접 내린 에스프레소를 들어 보이며 미소 짓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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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사회·문화적 요소와 더불어 한 국가의 선진화를 가늠하는 척도가 ‘장애인 복지’의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눈부신 경제발전, 멈출 줄 모르는 한류 열풍 등으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장애인 복지국가로서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다. 국민일보는 창립 30주년을 맞아 지난 25년 동안 대한민국 장애인 복지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밀알복지재단(이사장 홍정길 목사)과 함께 10회에 걸쳐 장애인 복지의 현 주소를 진단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자 한다.

“여러분, 스팀 밀크의 적정온도는 몇 도인가요?” “65∼70도요.”

지난 10일 오후 인천 서구의 한 바리스타 실습장. 10여명의 지적·발달장애인들이 강사의 질문에 대답하며 집중하고 있었다. 설명을 마친 강사가 실습 시작을 알리자 송수진(20·여·지적장애 3급)씨가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자신 있는 표정으로 커피머신 앞에 섰다. 온수를 준비하고 커피잔 세팅하기, 에스프레소 30㎖ 예비추출하기, 그라인더 및 머신 주변 정리하기 등 능숙하게 준비과정을 마치는 데 걸린 시간은 4분 10초. 합격(5분 이내)이었다. 송씨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2.3㎏의 미숙아로 태어난 송씨는 출생 직후 급히 큰 병원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응급 처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뇌출혈을 입었다. 구순구개열(입술이나 잇몸 또는 입천장이 갈라져 있는 선천적 기형)까지 있었지만 수술은 네 살이 돼서야 받을 수 있었다. 그 전까진 체중 4㎏이 채 안 될 만큼 성장이 더뎠기 때문이다. 수술과 재수술, 각종 합병증에 청력 손실까지 감당하는 동안 송씨와 가족들은 육체적·정신적 고통은 물론 지독한 생활고를 버텨내야 했다. 노점에서 계란빵과 호떡을 팔며 얻는 수입으로는 수술비와 치료비는커녕 끼니를 챙기기도 버겁기만 했다.

2005년엔 송씨의 아버지마저 부정맥으로 쓰러지며 살림이 또 한 번 휘청거렸다. 부채는 늘어만 갔다. 장애를 딛고 어떻게든 자립해 가족을 돕고 싶었지만 상황은 마음을 따라오지 못했다. 3년 전엔 인대와 근육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어머니 서해경(54·인천 마중물교회) 집사는 “발목 인대가 약해지고 주변 근육이 파열돼 수술이 늦어지면 제대로 서 있지 못할 수도 있다는 진단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엄청난 수술비용에 눈앞이 캄캄해졌다”고 회상했다.

어둠 속 희망의 빛줄기가 돼 준 건 밀알복지재단의 의료비 지원사업이었다. 송씨는 재단 지원으로 지난해 발목 수술을 받은 뒤 바리스타로서의 꿈을 펼쳐가고 있다. 서 집사는 “밀알복지재단의 도움이 없었다면 수진이가 커피를 만드는 모습을 꿈에서만 봐야했을 것”이라며 “수진이가 감사하는 마음으로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며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장애인복지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의 의료 이용 및 질병특성 비교’ 논문에 따르면 장애아동들의 연간 총 진료비가 비장애아동에 비해 4.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장애아동의 ‘외래진료 1일 당 입원 일수’는 비장애아동보다 7배 높은 수준이었고 ‘외래진료 이용비율’에서도 비장애아동(55.8%)보다 장애아동이(60.1%) 더 높은 수치를 보였다.

장애아동에게 필요한 오랜 돌봄 시간도 장애아동 가정의 형편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의 2014년 조사에 따르면 장애아동 부모는 평일 평균 12.3시간, 주말과 공휴일에는 18.4시간을 자녀를 돌보는데 쓰고 있었다. 간병을 맡은 부모의 경제활동 참여가 사실상 불가능해 저소득층으로 전락하기 쉽다.

밀알복지재단은 2005년부터 이처럼 어려운 처지에 몰려 있는 1300여명의 장애아동에게 의료비를 지원해 왔다. 수진씨와 같은 장애아동들의 수술비 외에도 의료지원이 필요한 희귀난치성 환아 등 저소득 장애아동에게 재활치료비와 의약품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장량 밀알복지재단 국내사업부장은 “개인은 물론 다양한 기관이 소외된 장애인 가족들에게 전하는 관심과 후원이 희망을 싹 틔우고 기적을 만들어 낸다”고 말했다(정기후원 및 후원문의 : 1899-4774).

인천=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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