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4주기] 故 이정인군 아버지 “文정부 출범한 뒤 조금씩 희망이 보인다” 기사의 사진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 이우근씨가 13일 경기도 안산 세월호 참사 정부 합동분향소 유가족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안산=최현규 기자
“유가족들 언로도 전보다 넓어졌다는 것을 체감
진상규명의 길 아직 멀어 언제쯤 밝혀질지 갑갑
아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이를 악물고 4년째 버텨”


맘 놓고 웃어본 적이 몇 번일까. 어느 순간부터는 “이제 그만 좀 하라”는 말이 비수처럼 꽂혀 목 놓아 울지도 못했다. 무표정은 일상이 됐고 심신은 갈수록 지쳐갔다. 하지만 아들에게 미안해서 이를 악물고 처진 몸을 세운다. 그렇게 4년째 버티고 있다.

경기도 안산 세월호참사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지난 13일 만난 이우근(47)씨는 “유가족들은 2014년 4월 16일 참사 이후 단식투쟁 서명운동 도보행진으로 절규하며 시간을 채웠다”고 말했다.

이씨는 세월호 참사로 아들 정인(당시 17세)군을 잃은 후 매일을 합동분향소에서 머문다.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 일찍 나와서 유족대기실에 있다가 저녁 늦게 귀가한다.

진상규명을 위해 여기저기 다니느라 생업은 내려놓은 지 오래다. 퇴직 후 받은 실업급여 등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며 그간 몸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탓에 치아가 18개나 빠졌고 무릎 연골은 손상됐다. 최근까지 11개의 이를 치료 받았지만 여전히 성치 못하다.

“생계에 대한 걱정을 안 한다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죽음을 맞은 우리 아이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것입니다. 저를 비롯한 유가족들은 악으로 깡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이씨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 빨리 이뤄질 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세월호 참사가 정쟁의 소재로 전락했고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특별법 제정은 계속 미뤄졌다.

“정부의 책임 있는 해결을 촉구하며 유가족들이 청와대를 찾았지만 박근혜 정권은 경찰 차벽으로 막았죠. 그러는 사이 ‘세월호 지겹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더군요. 유가족들이 수억원의 돈을 챙겼다는 소문까지 돌기 시작했습니다. 유가족들의 심경을 헤아려주는 이들이 갈수록 줄었습니다.”

그 앞에서 ‘회복’이나 ‘희망’이라는 단어를 꺼내기는 어려웠다. 에둘러 “4년이 흐르는 동안 조금이라도 나아진 것이 있는가”고 물었다. 이씨는 지난해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됐을 때를 꼽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촛불집회가 발현됐고 탄핵이 이뤄졌습니다. 최근에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이 밝혀진 것이 성과라면 성과죠.”

그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가 취임한 뒤 조금씩 희망이 보인다고 했다. 유가족들의 언로(言路)도 전보다 넓어진 것도 체감한다고도 했다. “과거 정권에서는 우리의 말을 왜곡시키거나 아예 막아버린 언론들이 많았고, 심지어 ‘깡패’로 몰아가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확실히 그 수가 줄었어요. 유가족의 이야기를 들어보려는 움직임이 다시 생겼습니다.”

하지만 침몰과 구조실패의 원인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어 진상규명을 위한 길은 멀어 보인다고도 했다.

“4년이 됐지만 ‘왜 침몰했나’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과적도 안 했다’ ‘평형수도 있었다’ ‘조타수가 잘못한 것도 아니다’라고 합니다. 정확한 이유가 언제쯤 밝혀질지 몰라 갑갑합니다. 법적 책임을 물을 이들도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현 정부는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것들을 투명하게 공개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씨는 아들 정인군의 이야기를 할 때 눈물이 나는 것을 참으려 입을 꽉 다물었다. 모델이 꿈이던 정인군은 누구에게나 자랑하고 싶은 아들이었다. 이씨는 참사 후 아들이 꿈에 나온 이야기를 했다. “2014년 6월 쯤 꾼 꿈에서는 장성한 정인이가 옷을 잘 차려 입고 저를 안아 줬습니다. 당시 진실규명을 외치며 도보순례를 하는 저를 아들이 격려해준 것이라 생각해요.”

최근에 꾼 꿈에서는 아들이 나왔지만 서로 계속 길이 엇갈려 마주치지 못했다고 했다. “아직도 명확히 해결하지 못한 미안함과 복잡한 마음이 꿈에 투영된 듯합니다. 꿈에서라도 아들을 당당히 볼 수 있도록 하루빨리 진상이 규명됐으면 합니다.”

안산=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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