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윤창현] 재정지상주의는 금물이다 기사의 사진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이 오르면 해당 제품에 대한 수요량은 줄어든다. 그리고 이러한 논리는 노동에 대해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노동은 사람이 제공하지만 기업이 수요자가 되는 생산요소이고 임금은 노동의 가격이다.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이 잘 팔리고 가격도 오르면 노동수요는 덩달아 증가한다. 생산물시장의 온기가 노동시장으로 옮겨 오면서 고용량도 늘고 임금도 오른다. 노동수요를 ‘파생된 수요’라고 부르는 이유다. 그런데 생산물시장에 변화가 없는데 갑자기 노동시장에서 임금이 증가해버리면 얘기는 달라진다. 가격이 혼자 올라가면 수요량은 급격히 줄어든다. 기업들은 비싼 노동을 줄이고 이를 자본으로 대체시킨다. 사람이 받던 주문이 무인 단말기를 통한 주문으로 바뀌는 이유다.

자영업은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이다. 무려 560여만명이 이 분야에 종사하고 있고 이들을 보조하는 무급 가족 종사자까지 합치면 거의 660여만명이 도소매 음식료 숙박 운수업 등 저부가가치 업종에서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블루오션이 아닌 레드오션(경쟁이 치열해 성공을 낙관하기 힘든 시장)이 돼 버린 이 분야가 주로 최저임금 적용 대상 분야다. 그런데 최근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16.4%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예상치는 1.6%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의 10배 수준이다. 아무리 사람이 관련돼 있다고는 해도 노동도 경제적 서비스다. 노동서비스 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10배가 되었는데 고용이 늘어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전년 동월 대비 일자리 증가분은 대개 30만개 정도다. 그런데 최근 전년 동월 대비 일자리 증가분이 2월 10만개, 3월 11만개다. 충격적인 수준이다. 3월 실업률 4.5%는 17년 만에 최고치이고 실업자는 127만여명으로 3개월 연속 100만명을 넘었다. 자영업이 주로 포진되어 있는 도소매·음식료·숙박업, 그리고 아파트 경비원 등이 포함된 사업시설관리, 사업지원, 그리고 임대서비스업에서 일자리가 2월과 3월 두 달간 26만개 줄었다. 물론 사드 문제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의 악재도 있었지만 가장 주요한 요인은 최저임금 인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일자리가 유지된 최저임금 대상 근로자의 경우 임금이 16% 정도 올랐을 것이다. 하지만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는 임금이 제로가 됐다. 체감 임금상승률은 100%가 된 셈이다. 누군가는 16% 늘었지만 다른 누군가의 임금은 100%가 됐다. 자영업자는 업주이지만 사실상 경제적 ‘을’이다. 경제적 약자인 최저임금 근로자를 챙기느라 자영업자의 체감 임금은 줄었을 것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조치도 그렇다. 정규직이 되는 근로자에게는 너무 좋은 일이지만 근로 기회가 줄어든 인력은 차라리 옛날이 좋았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다.

다급해진 정부는 재정을 통해 임금을 보전하고, 재정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재정지상주의는 금물이다. 진통제는 당장 통증을 줄이지만 병을 낫게 하지 못한다. 120여만명에 달하는 공무원과 군인에게 지불해야 할 연금 충당금이 850조원이다. 연금충당금을 제외한 국가부채는 650조원이다. 국민 세금으로 연금까지 지급하는 일자리를 더 늘리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작년 한 해 태어난 신생아 내지 ‘세금 낼 사람들’ 수는 35만명인데 65세 이상 인구, 곧 ‘세금으로 챙길 사람들’ 수는 2025년 1000만명이 된다.

일자리는 민간이 만들고 정부는 보조적 역할을 해야 한다. 투자 활성화와 규제 완화도 시급하고 고급 서비스산업도 빨리 키워야 한다. 최저임금도 지역별·산업별로 다양화하고 최저임금 이하라도 일자리가 있는 것이 낫다는 독거노인 가구의 불만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좀더 유연하고 정공법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유연성과 자율성이 너무도 아쉬운 상황이다.

윤창현(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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