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의 ‘망가지는 발레’… 포복절도 관객 기사의 사진
국립발레단 희극 발레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한 장면. 국립발레단 제공
국립발레단 첫 희극 레퍼토리 안착
19일부터 예술의전당 무대 올라


발레리나는 망가지고, 관객은 시종 박장대소하고…. 강수진표 희극 발레 ‘말괄량이 길들이기’가 국립발레단의 ‘레퍼토리(단골 공연)’로 안착했다.

국립발레단은 19∼2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올린다. 2015년에 초연, 2016년 재공연을 했고, 이번이 세 번째다. 유료 티켓 판매율은 2015년 88%, 2016년 78%에 이어 올해는 3층 좌석까지 동이 나며 전석 매진을 향해 질주 중이다. 국립발레단에서 희극 발레가 레퍼토리가 된 것은 처음이다.

인기 비결은 포복절도하게 만드는 드라마적 재미에 있다. 발레는 우아한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전복시키는 이 공연은 셰익스피어의 동명 원작을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예술감독을 지낸 존 크랭코(1927∼1973)가 안무해 1969년 초연했다. 드라마 발레의 대가로 불리는 크랭코가 안무한 몇 안 되는 코미디 발레다. 관객은 무장해제 당한 듯 쉴 새 없이 폭소를 터뜨리게 된다.

혼기가 찬 두 딸 카타리나와 비앙카. 둘째 비앙카는 상냥하고 온순해 구혼자가 끓지만, 장녀 카타리나는 성격이 드센 탓에 접근해오는 청년이 아무도 없다. 마침내 아버지는 큰딸의 혼사를 치르기 전에는 둘째를 결혼시킬 수 없다고 선언하는데….

왈가닥 카타리나와 그녀를 현모양처로 길들이는 페트루키오의 공방을 발레로 옮기면 어떨까. 상상만 해도 신이 난다. 고전발레 속 공주처럼 우아한 역할을 맡던 발레리나가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고, 남자를 때리고 심지어 물어뜯기까지 하는 상상초월의 장면을 보며 남녀노소 누구라도 흠뻑 빠지게 된다.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출신의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이 2015년 단장으로 부임해 관리자로 변신하면서 발레 대중화를 기치로 내걸고 시도한 야심작이다. 존 크랭코 재단을 통해 아시아 최초로 판권을 획득했다. ‘교향곡 7번’ ‘봄의 제전’ 등을 새롭게 선보이긴 했지만,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희극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강 단장 개인적으로도 애정이 깊은 작품이다. 그는 97년부터 이 작품에 출연하면서 “내가 코미디를 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이 작품을 하면서 나의 새로운 면모를 알게 됐던 만큼 국립발레단 무용수들도 그 재미를 찾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출신의 박인자 전문무용수지원센터 이사장은 “누가 역을 맡느냐에 따라 카타리나에 대한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다. 그래서 무용수도 재밌고, 관객도 재밌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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