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16일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으로 구속된 당원 김모(필명 드루킹)씨 등 2명을 제명처리 했다. 진상조사단을 꾸려 자체 조사에 나서겠다고 했다. 청와대도 개인 일탈 행위에 불과하다는 민주당의 입장을 되뇌었다. “캠프 때 일은 당에서 조사해야 하는 것”이라며 거리를 뒀다. 사건 축소를 위한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 수순으로 판단된다. 파장을 최소화하지 않으면 6·13 지방선거에까지 불똥이 튈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수비 대신 반격을 택한 모양새다.

당청의 이 같은 인식은 말 그대로 안이하기 그지없다. 충격에 휩싸인 국민 정서와는 한참 동떨어져 있다. 혹시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일단 덮고 보자는 의도라면 위험천만하기까지 하다. 당원들이 댓글 조작 사건에 개입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개를 숙였어야 했다. 이날까지 지도부의 사과는 한마디도 없었다. 박근혜·이명박정부 댓글 공작을 적폐라고 분노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과연 드루킹 등이 민주당과 아무런 교감 없이 자발적으로 범행을 했겠는가라는 의구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얼마나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으면 주일본 대사와 오사카 총영사 자리까지 요청했을까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다. 매크로 운영 프로그램을 활용하기 위해선 건당 최소 2000만원에서 1억원이 드는 만큼 자금 지원 없이는 작업이 불가능하다. 집안 단속도 못한 여당 지도부가 피해자 운운하며 야당을 향해 저질 정치 공세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번 사건은 대선 전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이고 주도면밀하게 댓글 조작이 이뤄졌음을 말해주고 있다.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짐작조차 힘든 상황이다. 김경수 의원이 개입됐다는 의혹이 조금이라도 사실로 드러나면 문재인 정권의 도덕성은 치명상을 입을 게 뻔하다. 사건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은 것이다. 그러기에 청와대와 민주당은 먼저 고개를 숙이고 앞장서서 사건 전모를 하루빨리 솔직하고 투명하게 밝히는 게 도리다. 수사 가이드라인을 주는 듯한 발언은 삼가고, 재발 방지책 마련에 앞장서야 한다.

댓글 조작은 공론의 장을 황폐화시키는 중대 범죄다. 진보와 보수든 의도적인 여론 조작 행위에는 철퇴를 가해야 한다. 사안의 폭발성을 수사 당국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현재로선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지난해 이명박정부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댓글부대 사건의 경우 6개월 만에 총 30명을 사법처리했다. 수사의 핵심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몸통을 밝혀내는 것이다. ‘살아 있는 권력’ 앞에서 수사 당국이 머뭇거릴 경우 야당의 요구대로 특별검사의 수사는 불가피하다. 청와대와 여당 그리고 수사 당국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사태가 올 수 있는 엄중한 상황임을 깊이 인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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