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복지, 밀알에서 기적으로] 신장이식 수술비 있으면 새 삶… 사회적 지원 체계 절실

(1) 작은 치료, 큰 기적 - ② 신장장애인 의료 지원과 자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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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섭씨(신장장애)가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의 한 카페에서 신장이식 수술 후 건강한 몸으로 문서선교 사역을 펼치게 된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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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평상시처럼 신문을 펼쳤는데 글자는 제대로 보이지 않고 눈앞이 어두웠습니다. 피곤해서 그런가 싶었죠. 악몽 같은 7년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김용섭(53·신장장애)씨에게 1997년은 잊히지 않는 해다. 지역신문 기자와 잡지 에디터를 거쳐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의 꿈을 안고 유학을 준비하던 그의 도전이 기약 없이 멈춰 버렸기 때문이다. 깜짝 놀라 병원을 찾은 그에게 의사는 안과 치료를 권했다. 하지만 세 차례에 걸친 레이저시술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의사는 1개월 만에 김씨를 내과로 보냈다. 김씨는 정밀검사 끝에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들었다.

“만성 신부전입니다. 신장이 15%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대학원 입학을 앞둔 32세의 전도유망한 청년은 배에 호스를 꼽고 하루 4차례 2ℓ짜리 투석액을 갈아줘야 하는 신세가 됐다. 계획했던 유학은 물거품이 됐고 외출 한 번 하는 것조차 큰 결심이 필요했다. 근로활동이 중단되면서 생계는 직격탄을 맞았고 투석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아내와도 결별해야 했다.

2005년, 뇌사자의 신장을 이식 받으며 건강했던 삶으로 복귀를 꿈꿨지만 이식된 신장은 오래가지 못했다. 크레아티닌(신장기능 측정검사) 수치가 치솟으며 김씨는 다시 투석을 시작했다. 그는 “중증장애인 대상 의료비 지원을 받더라도 수입이 없어 당장 생계가 막막했다”며 “어쩔 수 없이 밤부터 새벽까지 대리운전을 하다 보니 건강이 더 나빠졌다”고 했다.

2016년 12월, 그에게 두 번째 기회가 왔다. 하지만 1000만원에 달하는 수술비를 감당할 길이 없었다. 전전긍긍하던 그의 손을 잡아준 건 밀알복지재단(이사장 홍정길 목사)의 신장장애인 지원사업이었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된 김씨는 지난해 1월 이식수술을 받았다.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건강한 모습으로 문서선교 사역에 매진하고 있었다. 그는 “기자와 에디터 경력을 살려 교회 회보와 신학 교수들의 책 출간 일을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일에 보탬이 되고 싶다”며 웃었다.

김씨 같은 신장장애인은 보통 1주일에 3∼4회, 1회당 4시간가량 소요되는 투석치료를 받아야 한다. 대부분 정기적인 경제활동은 불가능하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신장장애인 10명 중 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2명에 그쳤다. 2016년 대비 21.2% 포인트나 감소한 수치이자 다른 장애 유형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았다. 경제활동이 중단된 채 당뇨 고혈압 등 합병증으로 인한 의료비 부담이 커지다 보니 환자 대부분이 심각한 경제난에 빠지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에 의하면 지난해 실시된 장기이식수술 중 신장이식은 2163건으로 전체의 53%를 차지했으며 해마다 그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장량 밀알복지재단 국내사업부장은 “오랫동안 장기 기증을 기다린 신장장애인이 대상자가 되더라도 장기간 투석 치료와 이식 수술비 등 경제적 부담으로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신장장애인은 이식수술 후 재사회화율이 높아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만큼 큰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정기후원 및 문의 1899-4774).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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