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중에도 잠은 집에 가서 편히 잡니다.” 벨기에 정부 관계자의 말에 재향군인들이 경악했다. 군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을 버리고 군이 원하는 틀에 스스로를 맞추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앞으로 군인을 직업으로 선택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의 상황은 조금 다를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벨기에 정부가 훈련 중인 군인들의 귀가를 허용하면서 재향군인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고육지책이 나온 것은 벨기에 젊은층이 입대를 꺼리면서 군의 고령화와 병력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벨기에는 1994년까지 18세 이상 청년들에게 의무복무를 요구했으나 이후 모병제로 전환된 상태다. 젊은 세대의 ‘강제유입’이 중단되면서 군의 평균연령은 44세로 높아졌다. 이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 비해 10세 이상 높은 수준이다.

예비역 대령 로저 하우센은 “마치 ‘아빠부대’와 같다”면서 “향후 5년간 많은 고령자들이 전역하기 때문에 젊은 군인 유치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그동안 군 예산을 축소해 군 인프라가 개선되지 못한 점도 군대가 외면 받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병력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1990년대에 4만명 수준이던 병력은 현재 2만8500명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공보장교 알렉스 클레센은 “사회가 진화하고 젊은이들의 꿈과 기대도 진화하고 있다. 군도 거기에 맞춰가는 것”이라며 군인들에 대한 처우개선 필요성을 지적했다. ‘집에 가서 자라’는 방침이 나온 것은 일찍 전역하길 희망하는 군인들의 25%가량이 그 이유로 “가족을 돌보기 위해서”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퇴역군인들은 군인의 몸이 편해지고 요구사항이 반영되면 부대의 결집력이 약해진다고 비난하고 있다. 재향군인단체장인 대니 램스는 “엄마를 찾는 남자들을 데리고 전쟁터에 갈 순 없다”면서 “훈련 중에 집에 가게 하면 전쟁 중에는 이동식 주택을 요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랑스 외인부대 출신 예비역 비르 마람은 “이러다가 나중엔 군인도 파업을 하겠다. 군 노동조합도 만들거냐”고 비꼬았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