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국회의원 시절 5000만원 ‘셀프 후원’에 대해 종전의 범위를 현저하게 초과하는 범위로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김 원장은 사의를 표명했고 청와대는 수리하겠다고 밝혔다.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에 대해서는 구체적 사안을 따져봐야 한다는 이유로 직접 판단을 유보했지만, 정치자금 수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봤다. 김기식 사태 이후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이 나서 방어에 급급했지만 결국 위법 판단과 함께 밀려서 사퇴하는 꼴이 됐다. 김 원장 사태는 진영 논리에 매몰된 어설픈 청와대의 대응이 화를 키웠다. 본질은 간단하다. 금융개혁을 지휘하는 금감원장의 직무에 맞는 도덕성과 직업적 윤리성을 갖췄느냐이다. 대통령이 금감원장을 임명하고 경질하는 것은 정무적 영역이다. 고위직 인사는 행위의 위법성뿐 아니라 검토 가능한 모든 요소들을 판단해 결정하는 것이다. 그런 사안을 놓고 여론에 밀리다 못해 선관위 질의까지 했다. 청와대의 정무적 판단과 결정 기능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고위직 인사에 관한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문 대통령은 관련 입장문에서 “근본적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줘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 하지만 과감한 선택일수록 비판과 저항이 두렵다”고 했다. 외부 발탁이 꼭 자기 진영 사람이고 시민사회 출신이어야 하는가. 과거 정권에 조금이라도 발을 담갔으면 안 되는 것인가. 이 시대 대통령 리더십의 요체는 그야말로 적폐에 깊숙이 연루된 이가 아니라면 능력 있는 사람들을 기용해 개혁 방향으로 이끌고 나가는 것이다. 대통령이 진영 시각에서 탈피하지 못하면 청와대의 국정 운영은 편파적이 될 것이다.

인사 추천이 자기편 위주로 이뤄진다 하더라도 검증은 달라야 한다. 사태 이후에도 청와대가 나서 이런저런 논리로 방어한 것은 진영 내부 눈치보기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초기에 적절하게 정리했다면 그나마 깔끔하게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인사 논란이 적지 않다. 자꾸 쌓이면 겉과 속이 다르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그러면 개혁에 장애만 늘어나게 된다. 끼리끼리 감싸고도는 청와대의 인사 추천과 검증, 판단 기능에 일대 쇄신이 필요하다.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