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전정희] 중도, 멈칫거리는 사람들 기사의 사진
‘해방 정국의 희생자들 가운데 대부분은 이념이 다른 적대 세력에 의해 희생된 것이 아니라 우익은 우익의 손에 죽었고 좌익은 좌익의 손에 죽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같은 이데올로기 집단 안에서도 중도 온건 노선을 배신이나 변절 또는 기회주의자로 보려는 극단적 도그마와 성숙되지 않은 이념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치학자 신복룡 전 건국대 교수가 ‘해방 정국의 풍경’이라는 저서에서 밝힌 대목이다. 송진우 장덕수 등 중도파의 비극적 운명을 이야기하면서다. 당시 정치세력은 우국적 고민보다 성급하고 충동적이었으며 광기와 무지에 사로잡혀 있었다. 극단의 세력들은 백주테러도 서슴지 않았다. 김규식 등 중도 온건파는 설자리를 잃었고 그 뒤에 전쟁과 분단이 뒤따랐다. 신 교수는 “어느 역사를 보더라도 중도 온건파가 박해받는 사회의 말로는 비극적”이라고 했다.

해방 73년과 이어진 분단. 그 후유증으로 극단의 정치 논리가 여전히 먹혀들고 있다. ‘우익과 좌익’에서 ‘보수와 진보’라는 용어로 탈색됐을 뿐 본디 성질은 변하지 않았다. 특히 극우, 극좌의 신념에 찬 확신과 행동은 내 옷깃에 붙은 불똥과 같아 그 어느 한쪽으로 휩쓸리게 만드는 선동력이 있다. 우리의 삶은 싫든 좋든 정치질서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이에 대한 방관은 가장 저질스런 인간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쯤 이제 국민들도 안다. 제 아무리 미디어가 특정 정파를 옹호해도, 특정 세력이 댓글 매크로를 시도해도 그 속내에 속아 넘어가는 ‘고무신 선거’ 치르던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개의 사람들은 온건 중도파의 정치 정향을 보인다. 신 교수는 그들을 두고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도 갖고 있고 역사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를 알아볼 수 있는 안목도 있지만 그들은 ‘질주’하고 싶지 않을 뿐”이라고 했다. ‘멈칫거리는 사람’들인 셈이다. 6월 13일 전국 동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파 간 다툼이 치열하다. 언뜻 민심을 얻기 위한 보수와 진보의 가치 싸움처럼 보이나 실속은 내부의 권력 투쟁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 우리는 직접민주주의 선거를 통한 두 번의 정권교체를 통해 극좌와 극우를 극복하는 방법을 배웠다. 선거를 앞두고 양 진영이 내부의 권력 투쟁으로 서로에게 총질하는 막장 짓을 하더라도 국민은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 삶의 가치를 덜 훼손하는 ‘차악의 선택’을 해야 한다. ‘차선의 선택’을 향한 과정이 차악 선택이다.

전정희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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