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백 칼럼] 공동체 삶과 가치 회복이 시급하다 기사의 사진
치밀한 사회복지 안전망 구축은 매우 중요하지만 한계 불가피
가족주의와 1인 가구의 문제점을 극복하는 관계망 만들 공동체 의식과
시스템 활성화 노력이 보다 근본적인 처방일 수 있어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문재인정부는 임기 중 복지예산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고 했다. 국민의 건강한 노년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래서 선진국들이 공을 들이는 사회복지 안전망 구축에도 노력하고 있다고 국민들은 믿고 있었다.

실망스럽게도 우리의 사회복지 안전망에는 구멍이 뚫려 있었다. 지난 6일 충북 증평군 한 민간아파트에서 40대 여성과 네 살배기 딸의 주검이 수개월 만에 발견됐다. 그동안 이 모녀의 관계 단절과 생활고에 아무도 개입하지 못한 결과였다. 이와 매우 흡사한 사건이 박근혜정부 출범 이듬해인 2014년 2월 발생했었다. 서울 ‘송파 세 모녀 사건’으로 생활고에 가족이 극단의 선택을 했었다. 두 정부를 거쳐 4년이 흘렀는데도 사회복지 안전망에는 여전히 사각이 존재했다.

세 모녀 사건 이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복지사각지대 사람들을 구제하는 데 노력했다. 일반주택에서 생활고를 겪는 가구를 각종 생활요금 고지서를 통해 추적하고 신고할 수 있게 했다.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 이런 요금들이 관리비에 합산 고지돼 추적관리가 쉽지 않다. 당시에도 이런 문제점을 확인했겠지만 해결하는 데 비용과 시간, 관련 법제가 수반되는 이유로 간과했을 가능성이 높다. ‘증평 모녀 사건’은 공동주택으로 확대되지 못한 안전망에서 발생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다시 개선책을 서두르고 있지만 타율적이고 예방적 시스템만으로는 복지사각을 완전히 해소하긴 쉽지 않다. 각 가정과 개인의 생활여건 등을 유형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서다.

두 사건의 이면에 깔린 우리 사회의 ‘가족주의’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가족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한계와 가족이란 이름으로 발생하는 병리현상을 해소하는 게 보다 근본적인 접근일 수 있다. 두 사건의 당사자들은 모두 생활고를 알리는 유서를 남길 정도로 힘들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부축할 수 있었던 가족, 친지, 이웃, 제도 등은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이런 요소들과의 접촉이 상시적으로 이뤄져 소통하고 위로받았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1970년대부터 급속한 산업화를 겪으면서 농촌에 기반을 둔 공동체 사회가 무너졌다. 경쟁이 심화된 우리 사회는 모든 가치가 생존논리에 매몰됐다. 공동의 선(善)과 가치, 정서적 공감대, 타인에 대한 배려나 절제는 거추장스러워졌다. 피폐해진 개인은 겨우 가족을 통한 위로와 공감대를 유지하는 상태가 됐다.

경쟁사회에서 과도한 가족 중심적 사고는 배타적 가족주의나 가족이기주의를 팽배시켰고, 폐해를 낳고 있다. 인권을 유린하는 현대판 노예사건, 데이트 폭력과 살인 등등의 사건에서 가해자들은 다른 가족 구성원을 짓밟으면서도 죄의식이 거의 없다. 가족이 범죄 집단화해 다른 가족을 해치기도 한다. 지난해 3월 ‘인천 여자 초등생 살인사건’은 이런 폐해의 실상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우선 10대 피의자인 여고생과 여자 공범의 수법이나 반성 없는 태도가 너무 잔인하고 비인간적이었다. 그들 부모의 행태는 더욱 국민적 공분을 샀다. 진정한 반성이나 피해자 유족에 대한 사죄 없이 자기 자식을 감형시키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이런 부정적 가족주의는 은폐적이고 내재화된 모순으로 인해 자기 가족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가족 구성원을 해치는 심각성이 있다. 부모의 재산을 노린 존속살인 등 구성원 간 경제적·정서적 갈등이 강력범죄를 통해 해소된다. 가족이 함께 극단의 선택을 하거나 어린 생명을 박탈하는 경우도 다르지 않다.

갈수록 증가하는 1인 가구에도 주목해야 한다. 저출산·고령화시대에 1인 가구는 ‘빈곤’ ‘주거난’ ‘고립’을 발생시키기 마련이다. 특히 고립에서 오는 질병과 사고, 범죄로부터의 취약성은 생명과 직결된다.

가족과 1인 가구가 배타성과 이기성으로 야기할 문제들을 예방하고 완화하는 시스템이 시급하다. 1차적으로 지역주민이 서로 유대감을 갖는 게 중요하다. 단절되거나 고립된 홀로가 아니라 가장 느슨한 이웃으로의 관계성부터 회복해야 한다. 나아가 공동체적 삶과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 가족이나 개인의 어려움과 고통을 공동체적 시스템이 품어낼 수 있도록 말이다.

치밀한 사회복지 안전망은 예방뿐만 아니라 발생 때 신속히 대처하는 것으로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지역주민 간 소통하는 관계망 속에 공동체적 가치와 활동을 공유하는 게 훨씬 예방적이고 지속적이면서 비용에서도 효율적일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들은 지역주민의 공동체 의식을 복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담은 사업을 더욱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민관이 건강한 사회를 위해 보다 큰 틀의 사회공동체를 향해 성찰적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김용백 논설위원 ybkim@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