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피해자 “빨간펜은 사실상 다단계”… 회사측은 “합법적 방문판매업” 기사의 사진
대형 방문학습지 업체인 ‘교원 빨간펜’이 교사들을 상대로 사실상 다단계 영업 방식의 운영을 해왔다는 주장이 전현직 관계자로부터 제기됐다. 회사 측이 ‘밀어내기식’ 가짜 계약에 책임이 있는 관리직 교사들을 징계하지 않고 승진시킨 정황도 확인됐다.

빨간펜의 상위직 교사는 본인이 담당하는 하위직 교사가 올린 매출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다. 일부 관리직 교사는 신규 교사가 채용돼 매출이 발생하면 자신의 수수료 수입이 늘어난다는 점을 노리고 하위직 교사들에게 매달 일정 수 이상의 신규 교사를 채용해 오라고 강요했다. 이렇게 채용된 교사들에겐 매출을 늘리기 위해 가짜 계약을 하도록 압박했다.

경남 지역의 한 전직 교사는 17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센터가 매달 3명을 신규 채용해 오라 시키고 채용하기 전에는 집에도 보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센터가 채용을 강제하는 것은 신규 교사가 올린 매출의 4%가 지구장 급여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 위 지국장 급여는 여러 지구장이 올린 매출을 합산해 계단식으로 정해진다. 지구 매출 합산이 1억원을 달성하면 지국장이 최대 수수료인 지국 매출의 16%를 급여로 받는 식이다. 매출 압박에 시달렸다는 전직 빨간펜 교사 A씨는 “지구장 매출 합산이 일정 금액을 넘어서면 지국장에게 들어가는 급여율이 올라간다”며 “지구 매출이 간당간당할 때마다 매출 압박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2014년 경기도 지역의 한 빨간펜 지역센터에서 지국장으로 일한 B씨(50·여)도 거의 매달 1억원의 매출 실적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B씨 상급자인 센터장은 매달 초 소속 교사와 지국장에게 매출 목표를 떠안겼다. 위촉장을 받으면 그 숫자만큼 매출을 올리라고 재촉을 당한다.

B씨는 매달 7000만원에 가까운 계약 실적을 올리면서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았다. 센터장은 그에게 ‘1억 도전’ 위촉장을 줬다. 월말까지 도전 수치만큼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센터장이 가짜 계약을 강요했다고 B씨는 주장했다. “계약을 그려오라”고 센터장이 재촉하면 B씨는 가족과 친구 명의로 교육 전집을 사들였다. B씨가 근무한 지역센터에서 가짜 계약이 드러나 비용을 물어낸 교사는 4명이나 됐다.

교사들이 가짜 계약으로 곤란을 겪는 동안 지역센터장 S씨는 경기북부 지역 사업단장으로 승진했다. 2016년에도 S씨가 맡은 곳에서 전국 매출 1위를 기록한 교사의 가짜 계약 사실이 드러났는데, 회사는 현장 교사만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S씨는 오히려 전국에 17명밖에 없는 총괄센터장으로 승진했다.

빨간펜 피해자와 상담한 권두섭 민주노총 변호사는 “전집 등을 판매할 때 일정 부분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있을 수 있는 구조”라면서도 “실제 교사로 일하는지 안 하는지는 신경도 안 쓰고 사람을 뽑아 매출을 올리는 행태가 다단계와 매우 유사하다”고 말했다.

교원 관계자는 “하위직의 매출이 상위직 급여에 반영되는 방식 때문에 다단계라고 느끼는 것 같다”며 “빨간펜은 엄연히 방문판매법에 관한 규정을 적용받아 영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원은 2007년에도 방문판매업으로 신고한 뒤 다단계 영업을 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된 바 있다. 특정인을 추천해 가입시키면 새로 가입한 판매원 실적에 따라 기존 판매원에게 수당을 지급한 게 문제가 됐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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