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영석] 지방공휴일 기사의 사진
일본 오키나와 전투는 태평양전쟁 중 일본에서 일어난 가장 치열한 지상전이었다. 1945년 3월부터 6월까지 희생자는 미군 1만2000명, 일본군 10만명, 주민 10만명이었다. 74년 오키나와현은 패배일인 6월 23일을 ‘위령의 날’로 명명해 공휴일로 지정했다. 정부는 공휴일을 국가에 맞추라며 폐지 명령을 내렸다. 주민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정부는 91년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해 허용했다.

지방공휴일 지정을 용인하는 나라는 꽤 많다. 미국과 호주 캐나다 등 연방제 국가는 물론 중국 스페인 등도 지방공휴일을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 뉴욕주는 2월 12일(링컨 탄생일)을, 호주 서호주자치주는 6월 첫째 월요일을 공휴일로 지정해 영국 이주민들의 정착을 기념하고 있다. 중국 옌볜조선족자치구도 9월 3일을 자치구 창립 기념일로 정해 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방공휴일이 생겼다. 4·3 희생자 추모일이다. 제주도의회가 지난해 12월 지방공휴일 조례를 통과시키자 인사혁신처는 지방공공기관 휴무에 따른 혼란과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반대 공문을 보냈다. 도의회는 지난달 만장일치로 재의결했고, 제주도가 이를 수용해 공포했다.

문제는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반쪽짜리 공휴일이라는 점이다. 공휴일 적용 대상이 제주도와 하부 행정기관에 한정되고, 금융기관 병원 사기업 학교 등은 제외됐다. 지방 공무원만 쉬고 주민들은 일하는 날이 된 것이다. 제주도는 첫 시행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해 공무원 전원 비상근무체제를 유지했다. 현행 법령에 지방공휴일을 허용하는 규정이 없는 탓에 현행법 위배라는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관련 규정 제정 추진에 나섰다. 5·18 민주화운동, 2·28 대구민주화운동 등을 계기로 지방공휴일 지정 움직임이 일 것으로 보인다. 지방분권 확대 요구에도 부합되는 만큼 올바른 움직임이다. 다만 제주와 같은 허점을 막기 위해 민간 부분까지 적용될 수 있는 휴일 관련법이나 지방자치법 제·개정이 수반돼야 한다.

김영석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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