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정승훈] 다산신도시 택배는 공정한가 기사의 사진
최근 몇 차례 다산신도시라는 단어가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렸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이뤄진 경기도 남양주시의 다산신도시가 주목받은 것은 택배 분쟁 때문이었다. 논란이 확대되자 국토교통부는 다산신도시 입주민 대표와 택배업계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고 실버택배를 포함한 제도 개선안을 내놨다. 국토부의 분쟁 조정안은 택배 회사가 아파트 입구 거점까지 물품을 배송하면 해당 아파트 단지나 근처에 거주하는 노인 인력으로 구성된 실버택배 요원이 단지 내 주택까지 배송하는 것이다. 방안 자체만 보면 그동안 택배 차량의 진입을 막았던 아파트 입장에서도, 택배 회사로서도 큰 불만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다. 정부는 절반은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분담하고 나머지는 택배 회사가 부담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잘 납득되지 않는다. 절반의 비용을 택배 회사가 부담한다면 나머지 절반은 실버택배 서비스의 수혜자이자 분쟁 당사자인 아파트 입주민이 부담해야 하는 게 일반적이다. 왜 그 비용을 국민 세금으로 보전하는 안을 마련했을까.

정부의 조정안이 나오자마자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 등에는 ‘다산신도시 실버택배 비용은 입주민들의 관리비로 충당해야 한다’는 글이 잇따랐다. 개인이 구매한 물건을 배달받는 서비스인 택배는 공공서비스가 아닌 만큼 공적 비용이 투입돼야 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국토부는 물론 남양주시도 실버택배 도입 비용 절반을 정부와 지자체가 부담하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은 잘 알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런 조정안을 내놓고 지자체가 동의한 것은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라는 점 외에 무슨 이유가 있을까 싶다. 정부는 물론 야당 출신 시장도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다수 유권자가 거주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분쟁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싶다는 데 동의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 문제는 서둘러 해결하는 것보다 원칙을 세우는 게 더 중요하다. 다산신도시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수시로 드나드는 택배 차량으로 인한 사고 위험성은 전국의 모든 아파트 단지에 상존한다.

택배 회사와 정부, 지자체가 비용을 부담해 준다면 어느 단지가 실버택배 서비스 도입을 마다할까. 세금으로 비용을 분담하는 조정안이 나온 터에 이곳저곳 다른 단지에서 “우리도 실버택배 서비스를 도입해 달라”며 택배 차량 진입을 막는다면 정부와 지자체는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아니면 전국 모든 아파트 단지의 요구를 세금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인가. 섣부른 해결 시도는 공정의 문제로까지 이어진다. 많은 국민이 공정을 시대 원칙으로 이해하는 상황에서 ‘왜 다산신도시는 해주면서 다른 곳은 해주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정부는 뭐라고 답할지 궁금하다. 정부와 지자체가 조기 진화를 시도한 탓에 제2, 제3의 택배 분쟁을 방조한 꼴이 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조정안을 시행하기 위해서도 과제가 남아 있다. 실버택배 거점을 조성하고 인력도 충원해야 하는데 그 기간이 약 2개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입주민들은 이 기간 동안 택배를 어떻게 배송할지 논의한다고 한다. 현행대로 아파트 입구에서 주민이 물건을 찾아갈지, 아니면 아파트와 택배회사 공동 부담으로 임시배송 인력을 사용할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는 얘기다. 문득 시나리오 하나가 떠올랐다. 다산신도시 주민들이 2개월 만이 아니라 계속 택배 회사와 공동 부담으로 실버택배를 이용하겠다고 결정하면 어떨까 하는 희망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어설픈 해법을 주민들이 뒤엎고 스스로 절반을 부담하겠다고 나서는 모습 말이다. 향후 다른 아파트 단지의 혼란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터인데. 이런 희망이 현실이 되지 않는 한 다산신도시에서 시작된 택배 분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정승훈 사회2부장 s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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