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희의 음식이야기] 유대인의 슬픈 역사 담긴 애저 기사의 사진
애저요리
스페인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이 애저요리다. 스페인어로는 ‘코치니요 아사도(Cochinillo Asado)’라고 한다. 구운 새끼돼지라는 뜻이다. 생후 2∼3주 된 새끼돼지를 통째로 화덕에 넣어 구워낸다. 어린돼지라 육질이 연하고 담백하며, 껍질은 바삭하니 그 맛은 가히 천하일품이다. 애저요리는 세고비야 관광코스의 하나인데, 통돼지구이를 칼 대신 흰 접시로 자른다. 그만큼 고기가 연하다는 뜻이다. 그 뒤 접시는 던져서 깨버린다. 이 풍습은 접시나 유리잔 깨기가 액운을 부수어 나쁜 기운을 없앤다는 전통에서 비롯되었다.

이 요리에는 유대인의 슬픈 이야기가 감춰져 있다. 1492년 이슬람을 이베리아 반도에서 완전히 몰아낸 스페인 왕국은 통일의 위업을 완성시키고자 가톨릭 국가로의 종교적 통일을 천명하며 유대인 추방령을 발표했다. 전쟁통에 바닥난 민심을 달래고, 국고를 보충하는 방안으로 유대인 추방과 재산몰수만큼 적절한 게 없었다. 당시 개종을 거부한 유대인 17만명을 한꺼번에 추방했다. 추방을 피해 가톨릭으로 개종한 유대인들은 스페인에 남았는데, 이들을 ‘마라노’라 불렀다. 대부분은 겉으로만 가톨릭 신자 모습을 하며 몰래 유대교 관습을 지켰다. ‘마라노’란 스페인 사람들이 개종 유대인들을 부르는 경멸어로 돼지라는 뜻이다. 스페인 정부는 가짜 개종자들을 색출하기 위해 고안한 방법이 애저요리 먹는 행사였다. 유대인들에게 돼지고기는 율법이 금한 부정한 음식이다.

그래서 축제기간에 애저요리 시식행사는 유대인들이 가톨릭으로 개종한 것을 만천하에 알리는 풍습이 되었다. 이렇듯 애저요리는 자신의 마지막 정체성마저도 버리도록 한 슬픈 사연이 담긴 음식이다.

홍익희 세종대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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