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장지영] 아베 정권과 아오키 법칙 기사의 사진
일본에서 정권의 지속 여부를 이야기할 때 늘 ‘아오키(靑木) 법칙’이 거론된다. ‘아오키 방정식’으로도 불리는데, 내각과 정당의 지지율을 합해서 50%가 넘지 못하면 정권 퇴진으로 이어진다는 법칙이다. 자민당 의원회장을 역임했던 아오키 미키오 전 의원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주장한 것으로 일본 정가에 널리 정착됐다. 실제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최근 잇단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건재한 것도 아오키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아베 총리는 2012년 정권교체를 시작으로 그동안 자민당 안에서 압도적인 세력을 형성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사학법인 모리토모학원의 국유지 헐값 매입과 또 다른 사학법인 가케학원의 수의학부 신설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지지율이 급락, 한때 내각 지지율이 26%까지 떨어졌다. 덕분에 도쿄도지사 선거에선 자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고이케 유리코 전 방위상이 승리를 거머쥐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뒤 아베 총리는 중의원을 조기 해산한 후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당시 아베 총리가 중의원 해산 카드를 던질 수 있었던 것은 자민당 지지율이 40%대로 야권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특히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북한 핵·미사일 위기를 한껏 부각시킨 것은 자민당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올해 사학 스캔들이 재점화하면서 아베 총리는 다시 위기에 몰리게 됐다. 여기에다 재무성의 문서 위조와 이라크 파병 자위대의 일일활동 보고 문서 은폐 의혹까지 터져나온 상황이다. 이에 따라 내각 지지율도 역대 최저인 26.7%까지 추락하면서 위험수위에 진입했다는 말도 나온다. 국회 앞에서 ‘아베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도 등장했다.

하지만 자민당 지지율은 여전히 35% 안팎으로 입헌민주당 10%, 공산당 3%, 민진당 2%, 일본유신회 1% 등 야당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다. 아오키 법칙으로 보면 내각과 정당 지지율 합계가 60%를 넘기는 만큼 아베 내각이 퇴진까지 몰리기엔 아직 여유가 있다. 게다가 자민당 내에서도 아베 퇴진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 공문서 조작이 민주주의의 기반을 뒤흔드는 중대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자민당 의원들은 아베 감싸기에 바쁘다. ‘포스트 아베’ 선두주자인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등이 비판적인 의견을 내지만 여전히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라이벌 파벌의 결점이 드러나면 바로 공격하던 과거 자민당 지형과는 많이 다르다.

아베 정권이 자민당 내에서 이렇게 강한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최근 일본 잡지 ‘현대 비즈니스’는 1980년대 이후 5년 이상 장기집권한 정권은 나카소네 야스히로 내각(1982∼1987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2001∼2006년) 그리고 지금의 아베 내각(2012년∼현재)을 분석한 글을 내놓았다. 아베 내각의 경우 5번의 전국 선거에서 모두 승리한 것이 다른 두 내각보다 더 큰 힘을 가질 수 있게 된 원동력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가의 권력은 선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아베 내각이 점점 오만해진 것이나 공무원들이 정권 실세들을 먼저 헤아려 특혜를 주는 ‘손타쿠’가 심해진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현대 비즈니스’는 아베 내각이 기존의 보수적인 자민당 지지층 외에 지지 정당이 없던 무당파 유권자들도 자민당으로 끌어들인 점을 지적했다. 고이즈미 내각 당시 제1야당이던 민주당은 평균 지지율이 20%였던 반면 현재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10%에 불과하다. 자민당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아진 것이다. 특히 지난 5년간 아베 내각의 우경화 정책에 따라 일본 국민 역시 상당히 우경화된 점이 우려된다. 아베 총리는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3선 연임에 성공해 2021년까지 총리직을 유지, 일본의 최장수 총리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지금으로선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많긴 하다. 하지만 지금 일본 사회를 보면 다른 사람이 총재가 되더라도 아베 정권이 구축한 탄탄한 우경화 노선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장지영 국제부 차장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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