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라동철] 쓰레기 과잉 시대, 원인자부담 늘려야 기사의 사진
이달 초 불거진 수도권 지역 아파트의 폐비닐 수거 거부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됐다.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활용 폐기물 수거 업체와 아파트 단지 간 재계약을 독려했고 협상이 결렬된 곳은 지자체가 직접 수거해 처리하고 있어 쓰레기가 쌓이는 곳은 거의 없다.

이번 사태는 국제 폐기물 수입 시장의 큰손인 중국이 올해부터 폐플라스틱, 폐종이 등 24종의 폐기물 수입을 중단하면서 촉발됐다. 우리의 수출길이 막혔고 중국으로 가던 미국 일본 등의 폐기물까지 우리나라로 밀려들면서 폐기물 가격이 급락하자 수지타산이 맞지 않게 된 업체들이 무료로 수거해 가던 폐비닐과 스티로폼 수거를 거부했던 것이다.

재활용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가 사태를 불렀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쓰레기 배출 과잉이다. 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사용되는 일회용 컵은 연간 260억개에 달한다. 하루 7000만개꼴이다. 비닐봉지도 2015년 기준 1인당 420개를 사용했다. 지난해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98.2㎏으로 세계 1위,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은 64.1㎏으로 세계 2위다. 재활용률이 59%로 독일(65%)에 이어 세계 2위인 게 그나마 쓰레기 대란을 막는 안전판 노릇을 했는데 중국이 대문을 걸어 잠그면서 새로운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실제로 지난 1∼2월 중국에 대한 폐플라스틱 수출은 1774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2%나 급감했다.

기존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통해 폐기물 정책을 재정립해야 할 시점이다. 재활용·재사용을 늘리는 것이 대책이 될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려면 배출에 책임이 있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부담을 지금보다 더 높이는 게 효과적이다. 생산자에게 소비자가 사용한 제품의 수거와 재활용까지 책임지도록 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 제도는 생산자로부터 걷은 분담금을 재활용 선별·처리업체에 지원금으로 주고 대신 재활용을 책임지게 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실효성을 더 높여야 한다. 60∼80%대에 불과한 품목별 재활용 의무비율을 높이고, 영세업체 지원 명목으로 축소했던 대상 업체도 매출액 10억원 미만 기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분담금 적용 품목을 비닐 지퍼백 등 제외된 다른 품목으로 확대할 수도 있겠다.

일회용 컵에 보증금을 붙여 판매하고 사용한 뒤 반납하면 돌려주는 보증금제도를 부활시킬 필요도 있다. 컵 반환을 유인해 낼 정도로 보증금을 높게 책정한다면 효과적일 것이다. 구매한 물건을 담아주는 비닐봉지를 유료 판매하는 환경보증금제도 적용 매장을 확대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업체에 부과했던 폐기물 부담금을 이전 수준으로 다시 높이는 것도 방법이다.

1인가구가 늘고 온라인쇼핑을 통한 택배와 배달이 일상화되면서 쓰레기가 늘고 있는데 과잉포장에 대한 대책도 빼놓을 수 없다. 재사용·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을 규제하는 것도 필요하다. 제품을 경량화하고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라벨을 본드가 아니라 물에 잘 녹는 접착제를 사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쓰레기 처리 비용의 30% 수준인 종량제 봉투 가격을 현실화할 필요도 있다. 생산자나 소비자의 부담을 늘리는 이런 정책들이 당장은 인기가 좋을 리 없다. 그러나 쓰레기 대란을 막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해 환경을 보호하려면 가야 할 길이다.

환경부는 폐기물을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제품 생산·유통에서부터 배출, 수거, 분류, 재활용에 이르는 전 과정을 재점검해 배출량을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환경기준을 완화해 재활용 업체의 소각 처리 비용을 낮춰주기로 했는데 이는 환경오염을 부추길 우려가 있으니 재고할 필요가 있다.

라동철 논설위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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