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때 우리 삼남매 한국군 총 맞아” 기사의 사진
베트남전쟁 당시 퐁니마을 학살사건 생존자 응우옌티탄이 22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에서 최종진술을 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제 오빠는 총알을 맞고 아랫배와 엉덩이가 날아갔습니다. 남동생은 입에 총을 맞아 턱이 없어졌습니다. 동생이 숨을 쉴 때마다 피가 쏟아졌는데도 도와줄 수 없었습니다.”

베트남전쟁 때인 1968년 2월 12일 발생한 퐁니 마을 학살사건의 생존자 응우옌티탄(58)씨가 울먹이며 내놓은 증언이다. 그는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22일까지 이틀간 열린 ‘한국군에 의한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에 원고로 참석했다. 그날 마을에서는 74명이 살해됐고 응우옌티탄씨도 배에 총을 맞았다. 참혹한 상황을 그려내는 증언에 일부 방청객들은 눈물을 흘렸다. 이날 법정에는 하미 마을 학살사건 생존자인 다른 응우옌티탄(61)씨도 원고석에 앉았다.

원고 측은 베트남 참전군인의 인터뷰 영상을 증거로 첨부했다. 1968년 2월 디엔반현 퐁니·퐁넛 마을에 해병대 청룡부대 소속으로 파병됐다는 A씨(72)씨는 인터뷰 영상에서 “당시 대피소(방공호) 쪽에 총을 쏘자 숨어 있던 노인이 손을 들고 나와 월남말로 ‘살려 달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소대장이 ‘가라! 가라!’고 해도 노인이 알아듣지 못하자 월남에 오래 있던 고참이 와서는 총을 갈겨 노인이 즉사했다”고 말했다.

퐁니 마을 학살에 대한 직접적 증언은 아니지만 전쟁 스트레스로 인해 민간인을 죽이는 일이 일어났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원고 측은 A씨 증언과 파월한국군전사를 토대로 퐁니 마을 학살사건이 한국군에 의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피고 측은 유감을 표하면서도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반박했다. 피고 측 대리인은 “베트남전쟁 당시 베트콩들이 한국군으로 위장해 학살을 자행한 사례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재판이 아닌 만큼 피고 측 대리인은 재판부가 직권 상정한 변호인 3명이 맡았다.

시민평화법정은 학살사건 생존자들이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아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과 공식사과를 청구한 모의재판이다. 재판부는 주심인 김영란 전 대법관과 이석태 변호사, 양현아 서울대 로스쿨 교수로 구성됐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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