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김종민] 검사 인사 담당할 독립기구 신설을 기사의 사진
정치권력이 인사권 통해 검찰 수사에 개입할 수 있는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검찰개혁은 요원해
헌법에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명시하고 독립성 보장과 함께 상응하는 책임 담보할 수 있도록 해야


정치권력과 검찰을 둘러싼 논란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륙법계 국가에서는 예외 없이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다. 검찰 정치도구화의 역사적 폐해를 경험한 나치 점령 시절의 프랑스와 파시스트 정권 하의 이탈리아가 대표적이다. 과거 공산정권 하의 동구권이나 군부독재 당시의 남미 국가들도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다. “검찰 독립이 없으면 공정함이 없고 공정함이 없으면 정의도 없다”는 전 프랑스 검찰총장 장 루이 나달의 지적처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서는 독립성 확보가 가장 중요하고, 핵심은 인사 제도다.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 앞에 무력하다고 하지만 대통령이 인사권을 가진 현행 제도 하에서 정권의 뜻에 거스르는 수사를 하는 순간 다음 인사에서 배제되기 때문에 인사 제도의 근본적 변화가 없으면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프랑스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검찰의 정치도구화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이 검찰을 비롯한 사법권 독립의 보장자임을 헌법에 규정하고 헌법기구로 최고사법평의회를 신설했다. 대통령은 검사에 대한 인사권이 없고 검사장급 고위직 인사는 총리가 관장하는 내각이, 그 이하 직급 검사는 법무부 장관의 권한이다. 중요한 것은 최고사법평의회가 검사 인사에 관해 권고적 의견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최고사법평의회는 선출된 직급별 검사 대표와 상원, 하원에서 선출된 의원 등으로 구성되는데 법무부 인사안에 대해 적합 또는 부적합 의견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모든 검사 인사 관련 자료를 요청할 수 있고 연례 보고서를 통해 인사에 관한 사항이 국민에게 공개된다. 그러다 보니 권고적 효력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정치권력이 함부로 인사에 개입할 수 없는 견제 장치로 효과적인 기능을 하고 있다.

이탈리아도 파시스트 정권의 유산을 청산하기 위해 1948년 헌법 개정을 통해 검사를 판사와 완전히 동일한 지위를 갖도록 규정하면서 프랑스와 같이 검사 인사를 헌법기구인 최고사법평의회의 권한으로 했다. 4년 임기의 위원 30명 중 20명은 직급별 검사회의에서 선출하고 10명은 의회가 1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변호사와 법학교수 중에서 선출한다. 검찰의 독립성 보장과 국민에 의한 검찰 통제를 함께 고려한 것이다.

나아가 이탈리아는 헌법에 사법경찰이 사법기관 소속임을 명시하고 본인 의사에 반해 승진이나 전보되지 않는다는 ‘부동성의 원칙’을 판사와 함께 검사에게도 적용함으로써 검사와 사법경찰 수사가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영향 받지 않도록 헌법적 차원에서 뒷받침하고 있다. 1991년 밀라노 검찰청의 피에트로 검사가 주도해 이탈리아의 정치 판도를 바꾸었던 반부패 수사 ‘마니 풀리테’(깨끗한 손)도 독립성이 보장된 인사제도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검사 인사의 가장 큰 문제는 정치권력의 인사 개입에 대해 별다른 견제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행사하는데 청와대가 민정수석을 통해 검사장 인사는 물론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의 주요 보직 인사에 직접 관여한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박상천, 천정배 장관의 경우처럼 현역 여당 국회의원이 법무부 장관에 임명될 수 있는 제도 아래에서는 애초부터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인사를 기대하기 어렵다.

검사에 대한 감찰 제도도 중요하다.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를 지휘하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법무부의 감찰 결정 직후 사임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법무부에 의한 검사 감찰은 언제든지 정치권력에 의해 남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최고사법평의회에서 검사의 감찰과 징계를 담당하는데 일반 시민도 비위가 있는 검사를 최고사법평의회에 직접 제소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제 식구 감싸기가 되지 않도록 효과적으로 검사의 책임을 물으면서도 검찰의 독립성도 보장하고 있다.

정치권력이 인사권을 통해 실질적으로 검찰 수사에 개입할 수 있는 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진정한 검찰 개혁은 요원하다. 오는 6월 경찰청장 인사를 앞두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드루킹 수사가 보여주듯 경찰이 독자적 수사권을 갖게 되더라도 대통령이 경찰에 대한 인사권을 계속 행사하게 되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다. 헌법에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명시하고 검찰의 독립성 보장과 함께 상응하는 책임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프랑스의 최고사법평의회처럼 검사의 인사와 감찰을 담당하는 독립기구 신설을 적극 검토할 때가 됐다.

김종민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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