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전성인] 총수일가 갑질과 임원의 자격 기사의 사진
최근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갑질’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들이 과연 주식회사의 임원이 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단 우리 사회가 정한 모범답안은 그것은 ‘주주가 결정할 사안’이며, 부분적으로는 그 회사의 ‘대표이사가 결정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회사의 임원은 돈을 투자한 주주들을 위해 (물론 이사는 법률 논리로는 회사를 위하는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주주를 위하는 측면이 강하다)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들이므로, 주주가 보기에 ‘좋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다만 이 모범답안에 몇 가지 예외가 존재한다.

첫째, 임원의 행동은 국가가 정한 실정법을 위반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5조에는 국가의 실정법을 위반하여 실형이나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일정 기간이 경과하지 않은 자는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제조업을 영위할 수 없으며, 임원이 이에 해당하는 법인이나 단체도 그러하다. 따라서 만일 화약제조회사의 이사가 집행유예 판결을 받게 되면 등기이사 직을 사임해야 한다.

둘째, 특정 산업 전체가 국가의 규제 영역에 포섭돼 상시적 감독을 받는 경우 감독기구가 감독목적 달성을 위해 임원의 자격 요건을 추가로 한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방송통신위원회의 감독을 받는 방송산업의 경우 방송법이나 형법, 군형법, 국가보안법 등의 일부 조항을 위반해 실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일정 기간이 경과하지 않은 자는 방송법 제13조에 의하여 방송사업자의 대표자나 편성책임자가 될 수 없다.

셋째, 특정 산업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할 경우 감독기구는 단순히 회사 임원의 자격요건뿐 아니라 임원의 숫자, 특성, 선출방식, 동태적 심사 등을 추가로 규정할 수 있다. 심지어 그런 회사의 대주주 자격까지 별도로 규정할 수 있다. 그런 산업의 대표적 예가 금융산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감독기구인 금융위원회의 감독하에 거의 모든 금융회사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또는 해당 금융업종의 설립 근거법에 따라 이사 등의 선출과 관련한 매우 다양한 규제를 받고 있다. 금융회사의 주주가 되는 것도 간단한 일이 아니어서 금융회사의 경영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대주주의 경우 대주주가 되거나 대주주 자격을 유지하려고 할 때 그 적격성을 심사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탈세를 해서 조세범처벌법을 위반하는 경우 대부분의 금융회사에서 대주주 자격을 유지할 수 없다.

이상이 우리나라에서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임원에 대한 규제의 대강이다. 그러나 이런 규정이 존재한다는 것과 이 조항의 입법 취지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예를 들어 화약제조회사의 지배자가 형식적으로 등기이사 직을 사임한 채 ‘회장’이라는 직함을 유지하면서 ‘사실상의 이사’로 경영에 개입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가? 금융기관 사외이사를 한곳에서 오래하지 못하게 하니까, 지주회사 내 계열사를 오가면서 계속 사외이사를 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가? 동일한 자연인이 서로 다른 두 곳의 금융회사 대표이사를 겸직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가? 탈세로 유죄판결을 받은 금융회사 대주주에 대해 그 행위가 과거에 있었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주고, 앞으로도 계속 대주주 지위를 누리도록 축복해 주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없는가? 금융회사의 내부통제기준의 준수에 대해 대표이사, 준법감시인에게만 관리의무를 부과하고 다른 임직원에는 명시적인 법률상 준수의무를 부과하지 않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는가?

재벌총수 일가의 갑질에 대해 분노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눈을 부릅떠야 할 어려운 일은 이들이 회사의 힘을 등에 업고 갑질할 수 있는 사각지대를 국민주권을 동원해 최대한 틀어막는 것이다. 첫 번째 전쟁터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이고 그다음은 상법 개정이다. 국민적인 관심을 촉구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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