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김부겸] 선거는 국민이 행사하는 인사권 기사의 사진
6·1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이제 5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교육감까지 총 4016명에 달하는 일꾼을 뽑는 선거다. 출마 후보만 1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선거이기도 하다. 거기다 개헌 국민투표까지 동시에 치러지다면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통해 명실상부한 ‘주민자치시대’를 여는 시대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초석이자 시금석이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토대에서 시작되며, 지방자치가 제대로 기능하고 활성화될수록 민주주의도 성숙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가 뭐라고 해도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다. 모든 주민이 모여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황에서 대의민주주의 원칙하에 국민의 뜻을 오롯이 현장에서 펼쳐 줄 일꾼을 뽑는 일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그동안 국민 여러분의 의식수준이 크게 높아짐에 따라 우리의 선거 문화도 많이 성숙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금권·관권 선거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2010년과 2014년 지방선거에서 공무원의 선거중립 위반사례가 각각 257건과 206건인 것만 봐도 이 같은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선거가 과열될수록 후보들은 도처에서부터 뻗쳐 오는 ‘유혹의 손길’에 흔들리기 쉽다. 개인적 연고나 당선 후 논공행상을 내세워 민심과 내부 사정에 밝은 공무원들을 선거에 동원하려는 유혹은 특히 강하다. 더욱이 고유 업무와 선거 운동 사이의 애매한 경계선을 걷는 현직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경우는 더더욱 흔들릴 수 있다. 각종 행사 지원이나 선심성 예산의 집행을 통해 표심을 끌어올 수 있다는 착각을 하기 쉽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 전국의 많은 단체장들이 공명선거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공직자의 선거중립 실천을 다짐하는 결의대회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깨끗한 선거를 위한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단체장 휘하에 있는 소속 공무원들의 공명선거 실천의지다. 우리나라 헌법 제7조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무원이 특정 후보를 위한 선거운동에 관여한 경우 공직 퇴출은 물론이고 형사처벌도 엄격하게 적용된다. 공소시효도 10년으로 상당히 길다. 요행히 자기가 도왔던 후보가 단체장으로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이러한 사실이 밝혀지면 처벌받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뜻이다. 최근 들불처럼 타오르고 있는 ‘미투 운동’에서 볼 수 있듯, 우리 사회는 더 이상 권력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강압과 부당함을 용인하지 않는다. 잘못은 언젠가 밝혀지고, 진실은 주머니에 감춘 송곳처럼 세상 밖으로 튀어나오게 마련이다. 따라서 선거 관여를 강요받거나 은밀하게 요구받은 때에는 단호하게 거부해야 한다. 행정안전부와 각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에는 ‘공직선거비리 익명 신고시스템’이 개설돼 있다. 혼자 괜히 끙끙 앓을 필요는 없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은 그들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는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의 정치 격언은 주권자이자 감시자인 국민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후보가 보낸 선거 공보물이나 공약집을 찬찬히 뜯어보고 비교하노라면 누가 더 진실하고 유능한지 느낌이 오게 마련이다. 선거는 좋은 정치인을 뽑는 일이기도 하지만 나쁜 정치인을 떨어뜨리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투표는 종이 돌(paper stone) 던지기와 같고, 선거는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인사권 행사와 다름없다. 투표소 앞에 길게 늘어서는 줄서기가 후보자들에 대한 공무원들의 줄서기를 압도할 때 세상은 더 나아진다.

대한민국의 시민의식과 참여의식은 이제 세계가 부러워할 정도로 역동적이고 성숙한 수준에 다다랐다. 자치역량도 일취월장하고 있다. 이제 다가오는 6·13 지방선거를 다시 한 번 공정하고 깨끗하게 치름으로써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수준을 유감없이 보여줄 때가 됐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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