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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아픔’ 제대로 위로 못한 책임감, 속죄와 화목제 드리듯 작사·작곡·노래

‘영화 설교가’ 하정완 목사, 자작곡 앨범 ‘레퀴엠-먼지가 일어나리라’ 내놔

‘시대의 아픔’ 제대로 위로 못한 책임감, 속죄와 화목제 드리듯 작사·작곡·노래 기사의 사진
‘영화 설교가’로 알려진 하정완 목사가 기타를 치며 찬양을 부르고 있다. 하정완 목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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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완(서울 꿈이있는교회) 목사 하면 영화가 떠오른다. 매 주일 3부 예배 때 영화설교를 해온 지 19년. 지금까지 800여편의 영화설교를 했다. 이뿐 아니다. 단편영화 ‘버스’를 만들어 부산국제영화제 단편경선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성균관대 학생이던 장재현 감독이 함께했다. 장 감독은 ‘검은 사제들’을 연출했다.

영화를 통한 문화사역에 앞장서 온 하 목사가 최근 자작곡 앨범 ‘하정완의 레퀴엠-먼지가 일어나리라’를 내놓았다. 그는 작곡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았다. 제주 출신의 하 목사는 1985년 제주 애월읍 수산교회에서 목회하며 노래패 ‘숨비소리’를 만들어 활동했다. 2년 뒤 그의 목회인생에 정점을 찍었다.

하 목사는 25일 전화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어머니가 자궁암 말기 판정을 받았고, 시대적으로 나라가 참 복잡하던 때였다”며 “목회자로서 헌신하기로 결심하고 노래 등 그 외 모든 활동을 접었다”고 말했다. ‘조국의 잃어버린 청년들을 회복하라’는 부르심을 좇아 목회자로 살아온 게 30년이다.

그러나 제주의 아픔, 5월 광주민주화운동의 쓸쓸한 죽음, 미선이와 효순이 그리고 세월호 아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접하면서 그는 제대로 위로하지 못한 목회자로서 책임감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그 억울한 죽음을 위로하고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또 이 땅에 위로가 필요한 이들을 돕고 싶었습니다. 목사로서 속죄와 화목제를 드리듯 노래를 작사·작곡했고 직접 노래를 불렀습니다.”

하 목사는 우리가 겪은 아픔을 하나씩 노래했다. 1번 곡 ‘그 길-Agnus Dei’은 고통의 세상을 걸어가는 어린양 예수를 노래하지만 제주 4·3사건을 생각하며 만들었다. 제주의 바다와 오름(고개) 둑(저수지)이란 가사가 그것을 상징한다.

2번 곡 ‘고개 숙인 봄꽃들?Kyrie’는 세월호 아이들의 죽음과 그들의 부모를 위로하는 내용이다. 3번 곡 ‘오월 어느 날?Recordare’는 이한열, 광주 등 고통의 5월을 담았다.

4번부터 6번 곡은 하나님의 기억하심과 마지막 날의 심판을 노래한다. 7번 곡 ‘먼지가 일어나리라?Lacrimosa’부턴 곡의 분위기가 확 바뀐다. 먼지처럼 보였지만 반드시 다시 일어난다, 예수의 이름으로 일어난다는 밝은 톤의 노래다. 마지막 9번 곡 ‘아리랑 고개 예수?Libera me’는 12고개인 아리랑 고개와 예수가 죽은 골고다 고개 12번째 지점을 연결해 만들었다. 예수의 부활을 노래하며 영원한 자유와 회복의 지점을 상징적으로 그렸다. 죽은 자들을 위로하는 곡인 ‘레퀴엠’ 순서를 따른 이 앨범은 12번째 고개 넘어 하나님 나라에 대한 소망을 들려준다.

하 목사는 자비량으로 앨범을 만들었다. 수익금 전액은 고통받는 이웃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 1차로 100장의 판매금액을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제주지회에 전달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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