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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이말테 <6> 독일 온 장모님, 교회 성찬식 때 해프닝

개인 잔 아닌 공동 잔 포도주 반절 마시고 하루종일 취해

[역경의 열매] 이말테 <6> 독일 온 장모님, 교회 성찬식 때 해프닝 기사의 사진
이말테 교수의 아버지(오른쪽)와 장모가 2004년 독일 베를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 이말테 교수 제공
준목 과정은 목회학 석사 졸업시험과 함께 끝났다. 첫 목회지 파송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내는 뮌헨에서 박사논문을 작성 중이었다. 속히 결혼하지 않으면 헤어질 가능성이 높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내에게 지금 결혼하지 않을 거면 아예 결혼을 하지 말자고 말했다. 우리 둘은 결혼에 동의했다.

당시 목사 후보생들은 결혼 상대자를 교단 총회 본부의 교회 지도자에게 소개해야 했다. 걱정하는 마음으로 총회 본부를 방문했는데 대성공이었다. 에큐메니컬 국장이 아내에게 원하면 언제든지 기독교 바이에른주 루터회 목사가 될 수 있다는 제안까지 했다.

나는 도나우뵈르트시 목회지로 파송됐다. 아내는 기차로 한 시간이면 뮌헨에 갈 수 있었다. 매우 감사하게 생각했다. 목회 시작까지 몇 주밖에 남지 않아 급하게 결혼을 준비했다. 장인께서는 처음에 국제결혼을 반대하셨다. 그러나 장모께서 내가 곧 목사 안수를 받는다는 사실을 듣고 장인을 설득했다. 결혼식에 처가 부모님들을 독일로 초청했는데 비자가 제때 안 나왔다. 먼저 독일에 있는 친척들을 초청해 시청에서 결혼을 하고 약 6개월 후 한국 부모님이 오셨을 때 교회에서 결혼식을 했다.

결혼 약속을 하기 전 아내가 한 가지를 요구했다. 몇 년 동안 한국에서 살자는 것이었다. 난 그러자고 했다. 아내는 수 년 동안 독일에서 살았기에 독일 문화를 알고 나를 이해할 수 있었지만 한국을 전혀 모르는 내가 아내를 잘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간 일은 우리 부부의 삶에 큰 도움이 됐다. 국제결혼을 하는 사람들에겐 이런 방법이 도움이 된다는 말을 하고 싶다.

독일과 한국 문화의 차이는 크다. 파트너의 문화로부터 배울 만한 것도 많다. 예를 하나 들겠다. 아내가 독일에서도 십일조를 내곤 했다. 아내가 내게도 십일조를 내라고 했지만 거부했다.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면 돈을 주겠다고 말했다. 한 번도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다.

돈이 너무 아까웠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돈 욕심이 나를 맹인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깨달은 뒤엔 십일조를 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얼마나 많이 발견했는지 모른다. 십일조는 돈에 대한 욕심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키는 하나님의 치료법이다.

우리 아버지는 장인과 장모를 처음 만난 날 서양식으로 바짝 껴안으며 포옹했다. 두 분 다 놀란 표정을 지으셨다. 아버지한테 그렇게 하지 말라고 미리 말씀드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몇 년 뒤에 또 그렇게 하셨다. 장인은 그때도 좋아하시지 않았지만 장모께선 미소를 지으며 아버지의 친절을 받아주셨다.

장모님이 내가 목회하던 교회의 부활절 예배에 참여하신 적이 있다. 성찬식 때 제단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둘러서 있는 신도들에게 공동 잔으로 포도주를 분배했다. 장모님이 공동 잔을 받으실 때 포도주를 여러 모금으로 거의 반 잔을 비우셨다. 개인 잔을 나눠주는 한국식 성찬에 익숙해져서 다 마셔야 하는 줄 아셨던 것이다. 장모님은 평생 술을 마시지 않은 분이었기 때문에 하루 종일 좀 취한 상태로 지내셨다. 수년 뒤 “독일 성찬식이 너무 좋다”는 말씀을 우연히 들었다. 알코올의 영향을 성령 충만함으로 착각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정리=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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