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김준동] 한반도의 봄, 그리고 가을 기사의 사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군사분계선(MDL)의 상징인 높이 5㎝, 폭 50㎝의 콘크리트 연석을 걸어서 넘습니다. 분단의 높은 턱을 넘는 데 무려 65년의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이렇게 쉽게 넘을 수 있는데 말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평양 순안공항에 내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악수하는 장면,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MDL을 걸어서 넘어가는 장면과 함께 또 하나의 역사적인 장면을 TV 앵커는 이렇게 묘사할 듯하다. 전 세계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나는 순간을 실시간으로 TV로, 인터넷으로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 지구촌의 눈과 귀가 이날 하루만큼은 온통 판문점으로 쏠릴 게 분명하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열리는 남과 북의 3차 정상회담은 동독과 서독의 3차 정상회담과 여러모로 닮았다. 동·서독 간 정상회담은 베를린장벽 붕괴 이전에는 4차례, 이후에는 5차례 열렸다. 1970년 3월 첫 회담, 그해 5월 2차 회담은 견해 차이만 확인하며 실질적 성과가 없는 상징적인 만남에 불과했다. 세 번째 정상회담이 개최된 것은 81년 12월이었다. 70년 이후 11년 만에 성사된 것이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2007년 이후 11년 만에 열리는 것과 같다. 당시 회담 전 분위기도 지금의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미국과 소련 간 제2차 전략무기 제한협정 교섭 중단, 소련의 중거리 핵미사일 SS-20의 동독 배치에 대응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중거리 미사일 퍼싱Ⅱ 서독 배치 등으로 동·서독 분단 이후 핵전쟁 위험이 최고조로 치솟았다. 서독으로서는 독자 외교의 한계를 다시 절감해야 했던 좌절의 시기이기도 했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북한의 잇단 핵·미사일 위협으로 한반도에서 핵전쟁 가능성이 최고로 높았던 것과 유사하다. 일촉즉발로 맞섰던 미국과 북한 사이에 끼여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던 우리 정부의 처지도 당시 서독 정부와 비슷하다. 이때 돌파구를 연 카드가 양국 정상회담이었다. 서독의 헬무트 슈미트 총리와 동독의 에리히 호네커 국가평의회 의장은 동베를린 근처에서 사흘간 만난 뒤 “독일 땅에서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평화선언을 했다. 양측은 공동성명에서 긴장완화와 평화를 위해 함께 기여하고, 기본조약에 바탕을 두고 상호 관계를 발전시킨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두 정상은 회담 내내 당장 큰 성과를 기대하기보다 분단의 고통을 서로 덜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두고 장시간 머리를 맞댔다. 결국 이 회담은 독일 통일의 초석을 이루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동·서독의 사례를 남북한에 그대로 적용하긴 어렵지만 이날의 3차 회담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판문점 정상회담은 앞서 열린 2000년·2007년의 두 차례 회담과 사뭇 다르다. 단순히 남북 관계만을 개선하기 위한 만남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른바 한반도 이슈의 핵심 의제인 비핵화를 향한 담대한 여정의 길목이라는 의미가 있다. 국민적 기대도 그 어느 때보다 크다. 4·27 정상회담 결과를 놓고 평가가 다를 수 있지만 일희일비하기보다 긴 안목으로 냉정하게 대처해야 한다. 전쟁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던 겨울을 견디고 한반도의 봄에 뿌려진 대화의 씨앗이 열매 맺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관소찰(大觀小察)의 통찰력이다. 전체를 보면서 부분도 살피는 지혜가 절실하다는 얘기다. 동·서독은 3차 정상회담 후 인내를 갖고 긴 호흡으로 서로를 보듬은 결과 8년 후 베를린장벽을 무너뜨리고 이듬해 마침내 하나가 됐다. 1953년 휴전협정 조인식이 열린 그곳에서 65년 만에 다시 만난 남북이 그렇게 못할 이유가 없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다지고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의 봄’이 오길 고대한다. 풍성한 가을의 결실을 위한 꽃이 피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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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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