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전정희] ‘명품 아파트’ 주민 갑질과 게토화 기사의 사진
“다 논밭이었어요. 지금 저기 보이는 목동은 비만 왔다 하면 잠기곤 했어요. 시골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이곳에 판잣집을 짓고 살았어요. 장화 없이는 못 살았죠. 공동묘지였는지 뼈가 나와요. 그러면 묻어주곤 했어요.” 며칠 전 마을 노인을 위한 ‘효도 관광’ 버스를 타게 됐다. 버스에 탄 이들은 서울 강서 지역 어르신들이었다. 1960, 70년대 대개 무작정 서울로 올라온 이들은 서울 도심 외곽이던 이곳에 얼기설기 집을 지어 살았다.

“요즘 TV서 보는 동남아 빈민가와 그때가 뭐가 달라요. 그 속에서 아이들 키웠어요. 행상 나가면 동네 사람들이 애들 키워줬어요. 언제부터 이처럼 잘살게 됐다고 그러나 몰라요. 저희들 잘나 이름도 이상한 아파트들 사는 줄 알아요.” 옆자리 ‘어머니’는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나는 모양이다. 동네 이야기가 나오자 여러 사람이 재개발 얘기로 목소리를 높였다. 어서 재개발에 동의해 집값도 높이고 깨끗한 환경에서 살고 싶다는 이도 있었고, 평생 고생해 마련한 내 땅 내 집에서 죽기 전까지 살고 싶다는 이도 있었다. 어르신들이 사는 동네는 단독주택과 빌라가 많았다. 예전과 달리 골목마다 깨끗하고 안전한 동네다.

어쨌거나 골목과 시장이 있는 그 동네는 요즘 수십층 아파트가 건설되면서 마치 포위된 듯 보였다. 한데 그 효도 관광버스 안에서 누군가 말 한마디 못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 골목 세입자들이다.

서울의 골목이 사라진다. 경희궁 옆 교남동은 명품 아파트로 변했다. 강남 아파트 값 이상이다. 박완서 소설 ‘엄마의 말뚝’ 무대였던 그 일대는 이제 특정 계층의 전용 공간이 됐다. 서울 낙산에 올라서면 동북부 쪽으로도 하루가 다르게 골목이 사라진다. 낙산 아래 서민 동네 창신동도 예외 없다. 서울 끄트머리였던 동쪽 거여동은 아파트 건설을 둘러싸고 분쟁이 한창이다. 압축 성장을 겪은 대한민국 도시 대부분이 이 과정을 겪고 있다.

‘명품 아파트를 만들기 위해 단지 내 택배차량 출입을 금지한다.’ 최근 다산신도시 주민이 내건 이 공고문 때문에 소위 아파트 주민 갑질 논란이 일었다. 이 논란엔 게토(ghetto)화로 치닫는 한국 사회의 병리 현상이 담겼다. 지금과 같은 게토화된 아파트 건설은 ‘저를 키워준’ 이웃을 밀어내는 과정이다. ‘명품 아파트’란 언어 사용의 허세 값에 불과하다. ‘게토화 주택 정책’은 장기적으로 대한민국 공동체를 흔드는 악재로 다가들 것이다.

전정희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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