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차은영] 지속 가능한 복지 되려면 기사의 사진
지난 27일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당초 의제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2007년의 경제협력 재추진이 합의되면서 천문학적 비용이 수반될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으로 경제협력이 가능하려면 유엔의 대북 제재 해제 등의 절차가 전제돼야 하는 것뿐 아니라 엄청난 재원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재정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건설연구원은 향후 10년간 인프라 재건, 경제특구 개발 등의 투자에 드는 비용으로 최대 270조원을 전망했다.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남북협력기금 규모가 현재 1조6000억원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증세로 충당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결국 국채 발행을 통한 적자 운용이 불가피해 보인다.

현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의 복지지출 정책을 추진하면서 재정 부담이 악화되는 가운데 기획재정부가 지난 3월 26일 국무회의에 제출한 ‘2017회계연도 국가결산’ 자료에 의하면 작년 국가부채는 사상 처음 1550조원을 넘어섰다. 전년 대비 123조원(8%) 증가했다. 적자 재정 운용이 사회간접자본 투자나 생산성 향상을 위한 것이라면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되지만 일방적인 복지성 지출이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특히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5년간 30조원을 사용하겠다고 발표한 정책은 디테일에 있어 현실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 지난해 정부는 국민건강 복지 차원에서 비급여 의료비 항목을 모두 급여 항목으로 전환시켰다. 그리고 그 재원으로 건강보험 적립금 20조원에서 14조원,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7조5000억원, 정부 지원금 7조5000억원을 각각 조달하는 계획을 설명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해 발표한 ‘2017∼2027 건보재정 추계 결과’에 따르면 당기수지가 2019년에 2조2000억원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분석됐다. 당기수지 적자가 지속적으로 악화돼 2022년에는 적립금이 반으로 줄어 약 11조원이 되고 2026년에는 완전히 고갈될 것으로 내다봤다. 건강보험공단은 ‘2018년 연간 자금 운용안‘을 통해 건보재정 당기수지가 내년이 아니라 올해부터 1조2000억원 적자를 기록해 적립금이 줄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함으로써 적자의 속도가 예측보다 가파르게 나타났다.

비급여 의료비를 급여 의료비 항목으로 대폭 전환해 63.4% 건강보험 보장률을 70%로 확대하고 노인과 아동들의 의료비를 경감해주는 것을 원칙적으로 반기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건보 재정의 건전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의료사회주의를 기반으로 한다면 지속 가능한 복지라 할 수 없다.

한국의 의료수가는 지나치게 낮게 책정돼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돼야 하는 의료서비스 가격이 정부의 개입에 의해 결정되는 시스템이므로 의료서비스 공급자들은 급여와 비급여 항목으로 구분하는 우회적 방법을 통해 수지타산을 맞출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저렴한 의료비 탓에 종합병원은 모여드는 환자로 쇼핑몰같이 복잡하고, 정말 위급한 환자는 기다리느라 제때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도 없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인구구조를 고려할 때 건강보험 수가의 현실화 논의 없이 건보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실효성보다는 부작용만을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 건강보험료 인상 없이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이겠다는 주장은 지나친 포퓰리즘이다. 가격 통제는 서비스의 질 저하와 가격 폭등을 가져온다. 정부는 가격 폭탄을 다음 정부로 무조건 떠넘기는 몰염치함보다는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누리기 위해 그만큼의 비용을 지불해야 함을 설득하는 것이 옳다.

추가 비용을 들이지 않고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주장은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받는다’는 어디서 들어봄직한 논리와 유사하지만 불행히도 한물 간 지 오래다. 지속 가능하지 않은 이유로. 공짜같이 좋은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 모두 명심할 때다.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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