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김혜림] 남과 북은 홍일점의 나라 기사의 사진
지난 금요일(4월 27일)부터 주말 내내 TV 채널을 돌려가며 뉴스를 보고 또 봤다. 신문을 읽고 또 읽었다. 그리고 웃고 또 웃었다. 이토록 벅찬 감동을 안겨준 뉴스가 또 있었을까. ‘위장 평화 쇼’라고 할 만큼 드라마틱한 장면, 장면들. 흥분이 가라앉으면서 기억 속의 장면들을 되새김질해봤다. 어느 한 장면, 남북 정상회담 만찬장에서 했던 김정은 국무위원장 답사가 내레이션처럼 어우러졌다. “분명 북과 남이 함께 모인 자리인데 누가 남측 성원인지, 누가 북측 성원인지 도저히 분간할 수 없는….” 판문점에서 처음 대면한 두 정상은 그들을 수행한 이들과 인사를 나눴다.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를 나눈 북측 수행원들 중 여성은 한 명뿐이었다. 김 위원장이 악수를 한 남측 수행원 중에도 여성은 한 명밖에 없었다. 이날 두 정상을 수행한 것은 군사·외교 분야의 고위급 관료들이었다. 남과 북, 모두 여성 정치 참여 확대가 절실한 상황임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정치 분야의 남성 편중, 북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남은 심각하다. 20대 국회 여성 의원 비율은 17%다. 193개국 중 116위(세계의원연맹 기준)로, 창피한 수준이다. 2014년 제6회 지방선거에서 여성 광역·기초의원 당선자는 각각 14.3%, 25.2%에 그쳤다. 1995년 제1대 전국동시 지방선거부터 최근 6대까지 시장·군수·구청장 총 1378명 중 여성은 21명으로 1.52%에 불과했다. 17개 광역단체장 96명 가운데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정치 분야에서의 유리천장은 다른 분야의 그것보다 무겁고 낮게 내려와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그 유리천장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촛불혁명으로 대통령이 되면서 ‘성평등 대통령’을 다짐했던 문 대통령. 그를 대통령 후보로 내세웠던 더불어민주당조차 광역단체장 선거에 단 한 명의 여성 후보도 내지 않았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공천 중이지만 여성 후보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유한국당은 여성 후보를 한 명 공천했지만 생색내기용이다. 민주당 초강세 지역으로 당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곳이다. 앞으로 4년 동안 여성 시·도지사는 만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지난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야 대표들은 여성들에게 달콤한 약속과 다짐들을 쏟아냈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미투(MeToo) 운동으로 대한민국은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면서 “민주당이 책임지고 ‘포스트 미투’를 준비해내겠다”고 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도 “미투 운동을 계기로 사회 대변혁을 이뤄야 한다”며 “한국당은 사회 곳곳에 감춰진 여성에 대한 유리천장을 거두는 데 노력하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두 개로 나뉘었던 이 땅은 하나가 되기 위한 용틀임을 시작했는데, 이 땅의 정치인들은 여전히 공약(空約)을 날리고 있다. 여성 인재가 없다는 변명을 한다면 각 정당이 직무유기를 자수하는 꼴이다. 여성 할당을 의무화한 것이 2002년이다.

미투 운동은 우리 사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성폭력과 성차별이 남성 중심적 정치 사회구조에서 비롯된 것임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선거는 남성 중심에서 남녀가 함께하는 정치, 그래서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로 바꿀 수 있는 지름길이다.

미투 운동의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있는 ‘위드유(WithYou)’의 힘, 그 물꼬를 지방선거로 돌리자.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성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당과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큰 소리로 외치자. ‘변화를 위한 압력’(올해 여성의 날 캠페인 주제)을 실천하자. 여성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문 대통령은 성평등은 모든 평등의 출발이라고 했다. 성평등해져야 더 좋은 민주주의를 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성평등 실현은 남녀노소가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인 셈이다.

김혜림 논설위원 겸 산업부 선임기자 m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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