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노용택] 국회 무위도식, 與가 끝내라 기사의 사진
여야가 4월 임시국회를 소집하고도 한 달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통째로 날려버렸다. 국회 사무처 한 직원은 “4월 달은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놀았다. 이번 달 월급을 받는 게 미안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한 초선 의원도 사석에서 “원래 국회가 이렇게 한가한 곳이냐? 솔직히 요즘 심심하다”고 털어놨다.

방송법 개정안 논란으로 시작부터 파행을 빚은 4월 임시국회는 민주당원 댓글 조작 의혹 사건(드루킹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을 둘러싼 여야 대립으로 이어져 본회의 한 번 열지 못했다. 덕분에 국회 직원과 다수의 의원들은 때아닌 휴가를 보냈다. 여당인 민주당과 청와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개헌 투표와 6·13 지방선거 동시 실시,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역시 무산됐다.

5월 임시국회 전망도 어둡다. 민주당과 제1야당인 한국당 원내대표는 3일도 비공개로 만나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특검 도입을 요구한 한국당과 이를 거부한 민주당의 입장 차이는 끝내 좁혀지지 않았다. 여야 협의가 불발되자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의 조건 없는 특검 수용을 촉구하며 단식에 착수했다. 오히려 상황만 악화된 셈이다. 남북 관계에는 봄기운이 완연하지만 여야가 끝없는 정쟁을 이어가는 국회에는 찬바람만 분다. 정치권에 “남북 관계보다 여야 관계가 훨씬 좋지 않다”는 말이 회자되는 이유다.

돌이켜보면 4월 국회의 꼬인 실타래를 풀 기회는 몇 차례 있었다. 특히 여권에서는 4월 초 민주당이 야당과 방송법 개정안 협상에 적극 임했어야 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뒤늦게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야당 시절인 2016년 공영방송 사장 선출 시 야당의 권한을 대폭 강화한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여당이 되고 나서는 법안 처리에 소극적으로 임했다. 반면 입장이 바뀐 야당은 방송법 처리를 4월 국회 개원 조건으로 협상 테이블에 올렸다.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법안 동시 처리를 조건으로 내걸었고, 여야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후 4월 중순쯤 드루킹 사건이 터지며 여야 협상 타결 가능성은 사라져 버렸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4월 국회에는 개헌 투표를 위한 국민투표법 개정안 처리,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추경안 논의 등 주요 국정과제가 산적해 있었다”며 “결과론적으로 보면 여당이 방송법 협상에 집착하다 주요 국정 현안을 논의할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방송법 문제가 개헌이나 추경 문제만큼 무게감이 있는 이슈인지도 의문”이라며 “청와대와 민주당의 협상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당장 국회가 열리지 않아도 아쉬운 게 없다. 남북 화해 분위기를 타고 문재인 대통령과 당 지지도가 역대 급으로 치솟고 있고, 코앞에 닥친 6·13 지방선거에서는 여당의 압승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다수다.

하지만 국정을 책임지는 한 축인 여당으로서 국회 교착상태가 길어질수록 부담이 커진다. 더구나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 남·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국회가 뒷받침해야 하는 역할도 많다. 당장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문제가 걸려 있다. 또 남북 경제 협력이 활성화되고, 정부 차원의 대북 투자가 늘어날수록 관련 예산을 배정하고, 심의·감독하는 국회에 힘이 실린다. 여당이 남북 정상회담에 의구심을 갖고 있는 한국당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지 못하면 순조롭던 남북 관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여당이 남북 정상회담 성과를 폄훼하는 야당을 향해 “덜떨어진 소리 하지 말라”고 일갈하기는 쉽다. 그러나 가시 돋친 말을 퍼부어 악화된 국회 상황을 수습해야 하는 것도 여당 몫이다. 야당을 설득해 ‘남북 화해·협력’이라는 시대의 흐름에 동참토록 정치력을 발휘하는 여당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일일까.

노용택 정치부 차장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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