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청년] 스치면 인연, 스며들면 사랑

서울여대 기독교학과 내 학회 예그리나

[예수청년] 스치면 인연, 스며들면 사랑 기사의 사진
서울여대 기독교학과 ‘예그리나’ 학회원들이 지난 2일 교내 카페에서 인도 찬드라반 마을 봉사활동을 위한 토론을 하고 있다. 신현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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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본 바오밥나무와 인도 음식을 엽서에 표현한 게 후원자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었던 것 같아.”

“지난번 방문 때 처음 도서관을 만들었으니까 이제 지속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콘텐츠도 늘리고 주민들이 직접 교사로 나설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면 어떨까.”

지난 2일 서울 노원구 서울여대(총장 전혜정) 중앙도서관 카페 한편에선 청년들의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이들의 시선이 모아진 컴퓨터 화면엔 군데군데 해진 옷을 입은 채 맨발로 뛰어노는 아이들, 옹기종기 모인 아이들이 동양인 선생님의 이야기에 주목하는 모습 등이 슬라이드 쇼처럼 펼쳐졌다. 서울여대 기독교학과 내 학회(회장 조희진) ‘예그리나’ 회원들의 회의 현장이다.

낯선 단어를 학회명으로 쓰고 있는 것에 호기심을 보이자 “예그리나는 ‘예수님 그리고 나’의 줄임말로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뜻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회원들의 대화에 등장하는 공간은 ‘찬드라반’이란 이름의 마을.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州) 오르차 지역의 50여 가구가 사는 작은 동네다. 인천에서 델리 국제공항까지 8시간을 비행한 뒤 기차로 9시간, 차로 2시간, 여기서 뚝뚝이(현지에서 운행하는 소형 택시)를 타고 15분을 더 가야 닿을 수 있는 곳이다. 회장 조희진(17학번)씨는 “지도에도 표시돼 있지 않은 소외된 마을이자 여전히 카스트제도가 남아있는 인도에서 불가촉천민 취급을 받는 달리트(Dalit) 계급의 밀집주거지”라고 소개했다.

‘예그리나’ 회원들이 매년 한 차례 이 마을을 방문하기 시작한 건 2014년. 학교 내 국제봉사활동의 일환으로 2013년 찬드라반을 다녀온 학생들이 마을 주민들을 지속적으로 돕기 위해 학회를 조직한 것이다. 12학번 학생 두 명이 마중물이 된 학회는 10명의 회원이 사랑 나눔을 준비하는 공동체가 됐다. 학회 슬로건도 특별하다. ‘스치면 인연, 스며들면 사랑’. 강수진(15학번)씨는 “한 번 스쳐 지나가는 인연에 그치지 않고 나눔을 전한 이들에게 더 깊이 스며들어 하나님의 사랑이 전해지게 하는 것이 예그리나의 지향점”이라고 했다.

20대 초반의 여학생 10명이 약 2주간 마을에 머물며 펼치는 활동은 웬만한 국제구호 NGO나 연합 봉사동아리에 견줘도 부족함이 없다. 하루 일당으로 우리 돈 1500원을 벌면서 식구 6∼7명의 끼니를 챙겨야 하는 주민들을 위해 매일 영양식을 제공한다. 놀거리가 부족한 아이들을 위해선 흔들이 북 만들기, 제기 차기, 찰흙 공예, 색종이 접기, 율동 배우기 등 복합 교육활동을 펼친다. 2016년부턴 ‘면 생리대 보급’ ‘도서관 개관’ 등 해마다 중심 테마를 정해 봉사팀이 떠난 뒤에도 주민들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생리를 질병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상황이 열악했어요. 일회용 생리대는 환경문제를 일으키고 지속적 지원이 어렵기 때문에 면 생리대 제작방법을 알려주자는 아이디어를 냈죠. 여성들을 대상으로 3일 동안 교육하고, 돌아올 땐 준비해 간 천을 주고 왔어요. 위생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수 있었던 것도 큰 성과죠.”(김나혜·15학번)

2주간 봉사를 마친 뒤엔 다음 방문을 위한 준비에 나선다. 회원 각자가 자비량 선교사로 불릴 만큼 모든 비용은 스스로 마련한다. 매주 수요일 열리는 회의에선 찬드라반 주민을 위한 후원금 모금 전략을 모색한다. 2주를 위한 50주의 여정이 시작되는 셈이다. 예그리나의 본질이 담긴 배지와 에코백, 엽서 등을 제작해 벼룩시장에 내놓기도 하고 페이스북(facebook.com/indiayegrina)을 비롯한 SNS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후원자를 모으기도 한다.

윤지수(16학번)씨는 “활동 5년째인 올해는 사진전, 찬드라반 체험 에세이집을 준비해 작고 낮은 곳에서 펼쳐지는 사랑 나눔을 널리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2월 인도행 비행기에 오를 예그리나의 여정은 현재진행형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가고자 하는 청년들의 가슴은 더 큰 꿈을 향해 뛰고 있다. “처음엔 막연하게 누군가를 도와주고 사랑을 주러 간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돌아올 땐 제가 준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걸 깨달았죠.”(박현정·16학번)

“찬드라반에서의 시간은 스펙 쌓기, 내 꿈을 이루기 위한 훈련에서 한걸음 물러나 하나님을 바라보게 되는 기회가 됐어요. 이웃사랑이 진심으로 제 맘에 스며들게 됐고요. 삶의 지향점도 거기서 다시 출발하는 거죠.”(이은민·15학번)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사진=신현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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