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이재열] 사회적 가치, 지속성장의 해법 기사의 사진
경제적 가치와 정치적 가치 이어 사회적 가치 중요해져
서로 포용하며 신뢰하고 활력 넘치는 품격 있는 사회 만들어 나가야
기업들도 사회적 가치 중시하며 투자 늘려 나가길


고도성장기 화두는 돈과 효율을 함축하는 ‘경제적 가치’, 민주화 시기 화두는 직선제로 대표되는 ‘정치적 가치’였다. 그러나 경제 성장과 민주화로는 풀리지 않는 일들로 가득한 이 시대 화두는 ‘사회적 가치’다. 고도성장과 민주화의 성과를 온 세계가 부러워한다는데 정작 한국인은 불안, 불신, 차별, 무기력에 시달린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목전에 둔 나라인데, 스스로 중산층이라 여기는 이는 20%에 불과하다. 왜 이런 ‘풍요의 역설’에 빠졌을까.

배우자감을 고를 때 그 사람의 재산이나 지위도 따져야겠지만 정작 인품을 안 보면 나중에 크게 후회한다.

나라도 마찬가지다. 경제력과 군사력도 중요하지만 사회의 품격이 낮으면 선진국이라 할 수 없다. 어떻게 하면 안심하고, 포용하며, 신뢰하고, 활력 넘치는 품격 있는 사회를 만들까. 정의와 평등, 개인의 자율성과 사회적 유대감 등 서로 길항(拮抗) 관계에 있는 사회적 가치가 잘 구현돼야 가능한 일이다. 개인의 자유와 창의성이 넘치되 각자도생하지 않고 서로 신뢰하며 잘 뭉치는 곳, 체제의 규율과 일관성이 뚜렷하되 생활세계를 질식시키지 않는 곳, 활력 있는 시민사회의 도전이 체제를 기득권에 안주하지 못하게 긴장시키는 곳이 품격 있는 사회다.

사회의 품격을 갖춰야 중진국 함정을 벗어날 수 있다. 20년째 2만 달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같은 소득 수준이던 1980년대 북유럽이나 1990년대 독일에서는 훨씬 높은 사회의 품격을 갖추었다. 투명한 규칙과 신뢰, 그리고 활발한 시민 참여가 있었기에 과감하고 정교한 생산적 복지, 상생적 노사 관계, 기술력 뛰어난 히든 챔피언 육성을 통해 지속적 경제 성장이 가능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평가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2007년 11위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하락하고 있다. 2017년에는 137개국 중에 26위까지 떨어졌다. 1위 스위스는 물론 아시아권의 싱가포르(3위) 홍콩(6위) 일본(9위) 대만(15위) 말레이시아(23위)에도 뒤진다.

비교적 양호한 항목은 사회간접자본(2위), 대학진학률(3위), 특허 수(5위),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5위) 등이다. 하지만 노사 관계 협력(130위), 기업이사회 역할(109위), 정부 정책 결정 투명성(98위), 정부 규제 품질(95위), 은행 건전성(91위), 정치인 신뢰(90위) 등은 거의 낙제다. 인프라 투자와 양적 투입 등 하드웨어는 세계 최고인데 제도 운용 소프트웨어는 최하위다. 사회의 품격이 낮다 보니 고투자·저효율 국가가 된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눈앞에 둔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은 것은 ‘제도 운용 능력’이다.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도 산업 혁신으로 연결되지 않고 대학 교육 공급을 늘려도 캥거루족만 늘리는 실력으로는 미래를 기약하기 힘들다. 세계은행이 이미 지적한 바 있지만 선진국일수록 자연자원이나 인적자본보다 사회적 자본이 경제 성장에 이바지하는 비중이 훨씬 높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초연결사회, 조직 안팎을 나누는 경계는 사라졌다.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갑질’과 폭언은 세계적 뉴스로 증폭됐다. 사회적 가치를 외면한 ‘얄미운 기업’이 고객과 투자자의 ‘공분(公憤) 쓰나미’에 휩쓸릴 때 얼마나 돌발적으로 경제적 가치를 잃게 되는지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반면에 사회 문제 해결과 기업의 사업 영역 확장은 별개가 아니라는 믿음 하에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는 기업도 있다. 3년째 130여개 사회적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온 SK는 아예 그룹 계열사 정관을 바꾸어 사회적 가치를 경제적 가치와 더불어 기업 경영의 더블보텀라인(DEL)으로 삼기로 했다. 그룹 자원을 외부와 함께 공유하는 실험도 진행 중이다.

시소디아(Sisodia) 등의 연구에 따르면 구성원과 고객, 그리고 투자자를 사로잡을 높은 가치를 제시하고 실천한 ‘존경받는 기업’의 장기 성장률은 일반 우수 기업보다 훨씬 높았다. 투자 환경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미 전 세계 운용 자산의 26% 이상이 투자 결정 시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책임 투자’다. 한국에서는 아직 그 비중이 미미하지만 조만간 미국이나 유럽 수준으로 사회책임 투자가 늘면 ‘착한 기업’에 펀드가 몰릴 것이다.

사회적 가치는 선진국 문턱에 놓인 허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잘 보이지 않고 측정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이를 섬세하게 분별하고 과감하게 실천하는 능력을 갖춘 나라와 기업만이 지속 성장할 수 있다.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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