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육과 학대의 갈림길] ‘사랑의 매’란 가면 뒤에… 고통받는 아이들 기사의 사진
아동학대 판결문 분석 결과
피고인들 학대 이유로 아이 행동·예절 문제 꼽아… 정상 참작 위한 핑계일 수도
전문가 “훈육 목적이었어도 선을 넘어서면 결국 학대”
체벌 둘러싼 과거 가치관과 법률간 괴리 좁히는 게 관건


2014년 7살이었던 준우(가명)는 바빴다. 그해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엄마 없이 아버지하고 살았기에 밥과 반찬은 직접 만들어 먹어야 했다. 경증 치매를 앓고 있는 친할머니를 돌보는 일도 준우 몫이었다. 아버지는 준우가 학교를 마치고 10분 안에 귀가하지 않으면 혼을 냈다. 아버지 방만 뺀 집 구석구석을 쓸고 닦는 것도 준우가 해야 할 일이었다.

준우가 맡은 일을 제대로 못하면 아버지는 매를 들었다. 거짓말을 하거나 예의 없이 군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해 여름 준우가 담임에게 대들어 전화가 오자 아버지는 집에 있는 플라스틱 막대기로 허벅지를 3번 때렸다. 같은 해 겨울에는 할머니를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고 또 허벅지에 회초리를 댔다. 이듬해 여름 준우는 개집에 올라가 수십분 동안 물이 든 그릇을 들고 무릎을 꿇고 있어야 했다. 아버지한테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였다.

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아버지는 학대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때린 행위는 인정하지만 “훈육 목적이었을 뿐 신체적 학대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판사는 “훈육 목적이었어도 체벌에 포함된 폭력성과 강압성이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범위를 넘었다고 봐야 한다”며 지난 2월 아버지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아동학대 재범 예방강의를 120시간 수강하라는 명령도 함께 내렸다.

준우 아버지의 항변은 한국사회에서 통용되는 훈육의 기준을 다시 고민하게 만든다. 말을 안 듣거나 선생님께 대들었다는 이유로 벌을 받고 회초리를 맞는 건 그동안 대한민국 어느 가정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준우 아버지가 법정에서 아이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때렸으니 죄가 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펴며 훈육 목적을 주장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일보가 7일 아동학대 판결문 85건을 집중 분석한 결과 피고인들은 대부분 아이를 훈육하려다 학대를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173가지 학대 이유(중복 집계) 중 가장 많은 비중(53번·30.63%)을 차지한 건 아이의 잘못된 행동과 예의범절 문제였다. 아이가 장난감을 던지거나 대답을 제대로 안 해서, 양치를 안 하거나 시끄럽게 뛰어다닌다며 훈육을 하다가 학대 재판을 받게 됐다는 게 피고인들의 주장이었다.

공부를 소홀히 하거나(16번) 부모나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11번) 다른 사람을 괴롭힌(7번) 아이들에게 회초리를 든 어른들도 모두 재판에 넘겨졌다. 모두 ‘매를 들어서라도 아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전통적인 가치관에 기댄 행위였다. “아이를 위해서였다”는 부모·교사들의 행동이 역설적이게도 아동학대로 단죄된 것이다.

피고인들이 학대 이유로 아이의 예절·행동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훈육을 꼽은 이유는 두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는 훈육 목적이라고 주장하면 정상 참작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경우다. 실제 19개의 판결문에 정상 참작 사유로 ‘훈육 목적’이 언급됐다. 재판부는 ‘개인적 감정의 표출이라기보다 훈계의 의도에서 일회적으로 행해진 것으로 보인다’ ‘훈육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훈육을 하다 도를 지나쳐 학대에 이르게 됐다’며 죄를 덜어줬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피고인 측에서는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하기 위한 주장으로 가장 쉽게 내세울 수 있는 게 훈육 목적일 것”이라고 짚었다.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은 “양육을 하다 아이가 말을 안 듣고 본인이 원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훈육이라는 미명하에 애를 때리는 것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훈육 목적이었다는 주장이 사후 핑계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둘째, 실제 훈육 목적으로 했던 행동이 결과적으로 학대가 된 경우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그것도 결국 ‘학대’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장 관장은 “처음에는 훈육이라 생각하고 체벌을 하거나 방치하지만, 그 선을 넘어서면 결국 학대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명숙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대표변호사도 “체벌을 훈육의 방식으로 여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관건은 훈육과 학대 사이의 애매한 기준점 때문에 발생한 법과 문화의 괴리를 좁히는 것이다. 웬만한 체벌은 정상적인 훈육방법으로 생각했던 과거의 가치관과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현재의 법률이 충돌하는 상황에선 ‘훈육을 위한 학대’라는 모순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 변호사는 “현재 시스템은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이 생각할 때 특정 상황에서 그 정도 때리는 건 훈육으로 봐야 한다, 아니면 학대로 봐야 한다’는 식으로 무척 애매하게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강동욱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한국의 전통적 훈육 기준에선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체벌이 가능했기에 어릴 때는 다들 회초리를 맞으며 컸다”면서 “하지만 지금 기준에선 그것도 학대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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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언 조민아 기자 eon@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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