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겪는 교회 돕기’ 소망 품은 피영민 목사 “60대 중반에 로스쿨 도전합니다”

‘분쟁 겪는 교회 돕기’ 소망 품은 피영민 목사 “60대 중반에 로스쿨 도전합니다” 기사의 사진
16년 목회를 마치고 은퇴한 피영민 목사가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강남중앙침례교회 카페에서 조금 이른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며 웃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강남중앙침례교회 피영민(65) 목사가 지난달 29일 은퇴예배를 끝으로 강단에서 내려왔다. 침례신학대 역사신학 교수 시절이던 2002년 98% 지지로 목회를 시작한 지 16년만이다. 지난 2일 교회 카페에서 피 목사를 만났다.

70세 은퇴라는 교계 관행으로 보면 65세 은퇴는 다소 이르다. 정년을 연장하자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피 목사는 은퇴를 결정했다. 그는 “조금 일찍 나간다고 하지만 성도들의 사랑을 받으며 결승점까지 왔다는 것이 감사하다”고 했다.

피 목사는 “체력도 있고 지력도 있으니 무엇을 하며 살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얼마 전까지 일본 사누키 우동학교에서 기술을 배워 우동 가게를 열까 했으나 아내의 반대로 뜻을 접었다. 여러 길을 고민하다 일단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도전해보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는 고려대 법대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뒤늦게 신학을 했다. 그런 연유로 목회 내내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을 지원하며 교회 내 분쟁 해결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렇더라도 40대, 50대 합격자를 찾기 어려운 로스쿨 시험에 65세 넘은 목회자의 도전은 신선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학부성적평점(GPA)과 영어 점수가 있어야 하고 법학적성시험(LEET·리트)도 치러야 한다. 피 목사는 “곧 학원을 다니며 공부를 시작할 것”이라며 “합격이 쉽지는 않겠지만 분쟁 겪는 교회를 도울 수 있다는 소망을 품고 시험에 도전해보겠다”고 말했다.

피 목사는 지난 16년간 서울 논현동, 이른바 강남 한복판의 교회에서 오로지 설교와 교육으로 성도를 양육해왔다. 인천의 가난한 달동네에서 태어나 수재 소리를 듣고 자란 그는 공군 소위 시절 설교를 듣다 극적인 회심을 경험했다. 그는 “당시 대전 대흥침례교회 안종만 목사님이 침례론 설교 중 ‘예수와 같이 죽고 예수와 함께 사는 인생’에 대해 듣고 내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말씀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기적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음을 그 때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교단 안에서 누구보다 장 칼뱅을 사랑하는 목회자로 불린다. 신구약 모든 장을 본문으로 삼아, 개혁주의에 기반한 강해설교를 해왔다. 그는 “미국에서 학위 논문을 쓰면서 침례교의 뿌리가 청교도와 칼뱅주의에 닿아있음을 깨달았다”며 “개혁주의를 몰랐더라면 그동안 어떻게 설교했을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미국에서 살던 중 한국에 들어왔다가 피 목사의 설교를 듣고 한국에 아예 정착한 성도가 있을 정도로 교회엔 설교로 삶이 달라진 성도들이 많았다. 피 목사는 그간 가르친 내용을 정리해 침례교 신학의 뿌리를 보여주는 ‘1689 런던 침례교 신앙고백서 해설’를 펴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올바른 교리교육이 확산되길 바란다.

교회는 선교에도 힘써왔다. 피 목사는 청년들에게 단기선교나 성지순례 기회를 지원하며 세계 선교의 안목을 심어줬다. 그는 “강남중앙침례교회가 앞으로도 개혁주의 신앙을 지켜나가는 교회, 선교를 많이 하고 선교사를 잘 보살피는 교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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