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한장희] 산업은행의 가성비는? 기사의 사진
해외 매각 외엔 마땅한 회생 방안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반대했다. 지방선거에 득될 게 없다고 판단해서다. ‘설마 여당 심장부 광주인데…’라는 얄팍한 믿음도 숨어 있었다. 5000여명의 직원과 190여개 협력업체, 그리고 이들 가족의 생계가 달려 있는데 선거를 앞두고 청산절차를 밟겠느냐는 것이다.

광주시장 후보 등 정치권의 비겁함과 달리 청와대와 산업은행은 단호했다. 막판엔 살 길을 터줄 것이라고 기대했던 노동조합에 청와대는 “정치적 논리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겠다”며 쐐기를 박았다. 결국 ‘먹튀’를 이유로 반대했던 노조는 법정관리 시한이 임박해 해외 매각을 받아들였다.

역대 정부도 ‘좀비기업 연명에 공적자금을 쓸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선거만 다가오면 식언을 거듭했다. 힘 좀 쓰는 지역구 의원의 이기심과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산업은행 회장의 빗나간 충성심이 만나 밑 빠진 독에 혈세를 퍼붓는 일이 반복됐다.

그런데 달라졌다. 산은 회장이 친박 이동걸에서 친문 이동걸로 바뀐 뒤 덩치가 크면 살려줄 것이라는 기대는 확실히 줄어들었다. 산은은 STX조선에 추가 자금 지원을 끊는 극약처방을 내렸고, 금호타이어 처리 과정에선 ‘이해당사자의 고통분담’이라는 원칙을 흔들지 않았다. 이동걸 회장은 “문재인정부와는 철학을 공유하는 관계일 뿐 맹목적인 충성은 없다”며 낙하산으로 불리는 것을 거부하는 결기도 보여줬다.

대마불사의 신화도 이제 끝나나 보다는 생각이 들던 그때 한국GM 지원 협상이 본격화됐다. 결과는 대체로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미국GM 본사가 산업은행보다 몇 배 많은 돈을 한국GM에 투입하기로 했고, 10년간 GM을 한국에 묶어 둘 ‘비토권’도 확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었다. GM은 신규 투입자금 대부분을 대출로 처리해 이자까지 챙기는데, 산은은 신규자금 8000억원(당초보다 3000억원 늘어난) 모두 출자로 처리해 부도가 나면 날릴 수 있는 조건이었다. 협상과정에서 경영 부실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묻지 못했는데 과연 비토권으로 GM 본사를 견제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뒤따랐다.

협상에서 GM에 끌려다닌다는 평가가 나오자 이 회장은 ‘가성비론’을 꺼냈다. 한국 GM이 무너지면 본사와 협력사 일자리 15만개가 사라지는 점을 감안하면 신규 투자는 괜찮은 선택이라는 것이다. 투입되는 자금 대비 효용가치가 크면 혈세를 투입할 수 있다는 논리다.

정부의 청년 일자리 대책 등과 비교해 보면 일자리 15만개를 지키기 위해 1인당 520만원 정도의 세금을 지원하는 것을 ‘퍼주기’라고 비판하는 것은 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가성비라는 조건을 달아 고통분담·독자생존 원칙에 예외를 만든 게 명분이 있는지는 따져볼 일이다. 이 회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전체 사회에 도움이 되면 지원한다. 국민 전체의 이익이 높다면 할 의미가 있다”고 밝힌 부분도 그의 구조조정 원칙에 대한 믿음을 반감시킨다.

물론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실험 속에 최악의 고용지표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정부 입장을, 광주보다 훨씬 어려운 선거를 인천에서 치러야 하는 여당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가성비, 국민 이익이라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는 부담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당장 ‘산업은행의 가성비는 얼마나 좋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부실기업에 세금을 쏟아부어 연명시키는 과정에서 산업은행의 실적은 상당 기간 나빠졌지만, 임직원 수는 2012년 2640명에서 지난해 말 3326명으로 26%나 늘었다. 산업은행 직원이 받는 연봉은 지난해 평균 1억원을 넘었다. 금융 공공기관 직원 평균 연봉(8300만원)은 물론 전체 공공기관 평균(6707만원)을 크게 상회한다.

한장희 경제부장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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