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김영석] ‘붉은 융단 떼거리’와 겨레말큰사전 기사의 사진
“김정은 동지, 남조선 붉은 융단 떼거리 ‘붉은(빨간) 맛’에 호응.”

지난달 남한 예술단의 평양 공연 뒤 SNS에 떠돌기 시작한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사진의 자막이다. 북한의 간판급 아나운서 이춘희가 뉴스를 읽는 장면이다. “남조선 붉은 융단 떼거리 미모의 구성원에 북조선 처자들 긴장”이라는 해설 자막이 담긴 것도 있다. 붉은 융단 떼거리는 평양 공연에 참가했던 걸그룹 레드벨벳을 칭한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가짜 뉴스다. 한 네티즌이 북한의 외래어표기법을 사용해 만든 합성 사진이다. 노동신문을 비롯해 북한 언론 매체들은 레드벨벳을 공식 언급한 적이 없다. 오히려 방송사들은 레드벨벳의 공연 장면을 통째로 들어냈다는 후문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공연장에서 레드벨벳이라고 정확히 호칭했다.

붉은 융단 떼거리 합성 사진은 치기 어린 행동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실제 남북한 언어의 차이는 예상보다 심각하다. 지난 2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의 ‘오징어·낙지’ 대화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임 실장이 “남북한 말에 있어 오징어와 낙지는 정반대”라고 하자, 김 부부장은 “그것부터 통일해야겠군요”라고 답했다. 북한 조선말대사전은 낙지를 “다리가 열 개고 동해안에서 주로 잡힌다”고 적고 있다. 우리의 오징어에 해당한다. 오징어는 “몸통이 닭알 모양이고 좀 납작한 편”이라고 표현했다. 정확히는 낙지가 아닌 갑오징어다. 이것만이 아니다. 라면을 북한에선 꼬부랑 국수, 원피스는 달린 옷, 살빼기는 몸까기, 각선미는 다리선으로 쓰고 있다. 언어마저 70년 분단의 세월 동안 철책선에 가로막혀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것이다.

관련 기관들의 연구 결과를 보면 남북한의 일상어는 34%가 다르고, 학술용어 등 전문어는 64% 차이가 난다고 한다. 남북한 의사가 말이 안 통해 같은 수술실에서 수술을 못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의사소통에 장애를 받을 정도로 말이 다르다는 건 상호 교류와 소통 확대를 가로막는 큰 걸림돌이 된다. 통일이 된다 한들 사회통합을 방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기에 남북 교류에 있어 어느 분야보다 시급한 것이 언어를 하나로 묶어내는 작업이다.

이미 일정 정도 진척된 사업이 있다. 겨레말큰사전 공동편찬사업이다. 고(故) 문익환 목사가 1989년 방북해 김일성 주석과 합의한 사업이다. 2004년 양측이 사전편찬의향서를 제출한 뒤 남북한 편찬위원들이 각각 표준국어대사전과 조선말대사전을 모체로 양측의 어휘를 종합 정리하기로 했다. 2005년부터 시작됐지만, 2010년 천안함 폭침 이후 중단됐다. 2014년 7월 잠깐 재개되나 싶더니 2016년 다시 중단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 남북한 언어학자들이 총 25차례 만나서 사전에 올릴 30여만개의 표제어를 뽑는 등 전체 편찬 공정률은 70%를 넘은 상태라고 한다. 남북한이 사전에 올릴 말을 비교·대조해 집필 내용을 확정하는 단계가 남아 있다. 지금부터 속도를 낸다면 3년 안에 완성할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남북한 학자들이 만나야만 가능한 작업이기 때문에 교류 재개를 서둘러야 한다.

사족을 붙이자면 한글 명칭 통일 작업도 필요하다. 북한에선 한글이란 용어 대신 조선글이라고 쓴다. 북한에서 한글은 금기어다. 한글은 분단 훨씬 이전인 일제강점기 때부터 써오던 말이므로 남한만의 말이 아니다. 북한이 이 명칭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한글이 아닌 다른 명칭이어도 좋다. 남북한이 같은 문자를 사용하면서 명칭조차 통일하지 못한다면 단일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아울러 통일에 앞서 어문규범과 문법 등을 지속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남북 합의기구 설치도 고려해볼 만하다.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했다. 70년 분단의 장벽을 뛰어넘어 새로운 모습의 한반도를 담을 집을 지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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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석 논설위원 y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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