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기 뺀 예능, 다큐를 넘보다 기사의 사진
요즘 방송가 예능 프로그램 중엔 다큐멘터리의 요소가 녹아 있는 콘텐츠가 적지 않다. 위 사진부터 각각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숲 속의 작은 집’(이상 tvN) ‘정글의 법칙’(SBS)의 한 장면. 각 방송사 제공
나영석 PD의 ‘숲 속의 작은 집’ 등 리얼리티 강조한 다큐예능 인기
TV 예능은 인문·교양 지향하는 고급화된 콘텐츠로 차별화 시도
짧고 강렬한 모바일 영상의 시대… 교양 프로에선 예능인 섭외 늘어나


TV 화면에 아름다운 자연 경관이 펼쳐진다. 하늘에서 숲을 내려다보던 카메라가 점점 땅으로 향한다. 나뭇잎이 클로즈업 되고, 그 위를 움직이는 무당벌레를 비춘다. 느릿한 움직임을 그대로 담아 보여준다. 낮고 편안한 음색의 내레이션이 곁들여진다.

자연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을 설명하는 것 같지만, 아니다. 나영석 PD의 새 예능 ‘숲 속의 작은 집’(tvN) 첫회가 이렇게 시작한다. 이후의 장면들도 도입부와 다를 바 없다. 예능과는 거리가 먼 배우 소지섭과 박신혜가 제주도 숲속의 집에서 각각 홀로 생활하면서 미니멀 라이프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수다도 없고 몸개그도 없다. 특별할 것 없는 삶의 한 장면을 있는 그대로 비춰낸다. 그런데 묘하게 재밌다.

몇 년 전 개그맨 이경규가 “예능의 끝은 다큐야”라고 말했던 게 최근 들어 사실로 입증되고 있다. 궁극의 리얼을 추구하는, 다큐와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예능의 요소가 배제된 예능 프로그램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종류만 많아지는 게 아니라 인기도 많다. ‘정글의 법칙’(SBS) 남극편도 다큐의 성격이 짙게 나타난다. 남극은 정글의 법칙팀이 찾아 갔던 어떤 환경보다 극단적인 상황을 펼쳐낸다. 예능 같은 다큐, 다큐 같은 예능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10% 초반대의 시청률을 유지하다 11일 종영했다.

‘숲 속의 작은 집’은 나 PD가 방송 전부터 “별로 재미없을 것”이라고 연막을 쳤지만 ‘힐링 된다’며 호평하는 이들이 적잖다. 시청률은 2%대로 나 PD 예능치고 높지 않은 편이긴 하다.

인문학적 가치가 곁들여진 예능 프로그램도 많아졌다.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tvN) ‘선을 넘는 녀석들’(MBC) ‘하룻밤만 재워줘’(KBS)도 얼핏 다큐나 교양 프로그램인가 싶을 정도로 리얼리티가 강하다.

백종원과 음식의 결합이라 식상하지 않겠냐는 우려 속에 시작한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는 교양적 재미를 가미해 신선하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국경을 넘으며 역사적 의미를 탐구하는 ‘선을 넘는 녀석들’도 지적인 즐거움을 더해준다. ‘하룻밤만 재워줘’는 일반인이 참여하는 관찰예능으로 생생한 현실감이 주는 재미가 상당하다.

예능의 다큐화는 왜 늘고 있는 걸까. 무엇보다 예능의 기존 영역이 흐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예능은 ‘웃기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겨왔다. 하지만 모바일이 보편화되면서 짧고 강렬한 재미는 유튜브 등을 통해 언제든 얻을 수 있게 됐다. 때문에 예능적 재미만 고수해서는 TV 예능 프로그램이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는 판단이 방송가에서 나오고 있다.

온라인과 모바일 상의 스낵컬처가 B급 문화를 지향한다면 주류 미디어는 인문학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인적·물적 자원을 동원할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방송의 사회적 책무를 예능 프로그램도 가져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예능과 교양의 경계를 허무는 데 일조한다. MBC 김태호 PD가 ‘무한도전’ 종영 간담회에서 “무한도전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뭔가를 하는 게 저희 임무라고 생각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교양 프로그램도 일방적인 지식 전달로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 수 없다. 인터넷에는 지식과 정보가 넘쳐나고, 누구라도 손쉽게 찾아낼 수 있다. 정보 접근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교양 프로그램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예능적 재미가 필요해졌다. EBS가 지난달부터 박명수 김구라 전현무 등 예능인을 MC로 기용해 교양 프로그램을 맡긴 것도 이런 위기의식에서 나온 변화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방송이 온라인이나 모바일 콘텐츠와의 차별성을 갖기 위해 예능과 교양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재미에 지식이 곁들여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평론가는 이를 ‘할리우드 방식’이라고 봤는데, 90%의 재미와 10%의 메시지가 결합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균형감각을 따르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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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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