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육과 학대의 갈림길] 보육교사들, 애매한 훈육 기준 때문에 ‘외줄타기’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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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1부> 국내 실태
① 그때그때 다른 법원 판단
② 가정 내 훈육과 학대
③ 교육기관 내 훈육과 학대 (상)
④ 정서적 학대도 엄연한 위법
<2부> 해외 사례
<3부> 대안을 찾아서


최근 ‘격리 훈육방식’ 놓고 학부모들 사이에서 논란
교사들, 어디까지가 허용된 훈육인지 판단 어려워 혼란
정부의 기준은 사실상 없어 교사-학부모 갈등만 커져


최근 학부모들 사이에선 어린이집의 ‘생각하는 의자’가 도마에 올랐다. 말썽 피우는 아이를 의자에 앉게 해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는 교육법으로 일종의 ‘타임아웃’(격리) 훈육방식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요즘엔 아동을 홀로 방치해 정서적 학대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교사들은 어디까지가 허용된 훈육방식인지 혼란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여러 아이들을 동시에 돌봐야 하는 교사들로서는 훈육과 학대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보육시설을 관리·감독하는 정부 역시 훈육과 학대의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해 교사의 행동이 법정 다툼으로 번지는 일이 잦아졌다. 그새 교사와 학부모 간 갈등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법원의 판결은 대체로 어린이집 내에서 교사의 행위가 훈육 목적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따라 갈렸지만 이 역시 명료한 기준은 없었다. 2016년 울산지법은 밥을 빨리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식판을 뺏고 밥을 주지 않거나 빨리 잠을 자지 않는 두 살배기 아이의 다리를 들어 바닥으로 밀치고 몸을 여러 차례 밀었던 어린이집 원장 A씨에게 징역 10개월과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 80시간을 명령했다. A씨는 총 10명의 아이들에게 비슷한 행동을 했는데 재판부는 “행위의 상당수가 훈육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제주도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였던 B씨는 2014년 아이가 화장실 앞에 앉아 있다는 이유로 엉덩이를 발로 밀어내듯이 차는 등 15차례 학대행위를 했다. 동료교사 C씨도 생활지도 명목으로 아이의 뒤에서 팔꿈치를 잡아 뒤로 세게 당기는 등 7차례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제주지법은 두 교사에 대한 벌금 100만원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보육교사로서 부적절한 행위로 학대행위에 해당하지만 통제가 쉽지 않은 만 3세 아동을 보육하다가 발생한 일”이라고 판단했다.

교사들은 애매한 훈육 기준 때문에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때려서라도 편식을 고쳐달라는 부모와 안 먹는 음식 한 숟가락 먹인 것도 학대로 생각하는 부모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는 불만이었다. 경기도의 A유치원감은 아이의 바깥놀이 문제로 아동학대 가해자라는 오해를 받아야 했다. 바깥놀이를 하기 싫다고 한 아이가 있어 보조교사를 붙여주고 나머지 아이들만 데리고 나갔다 왔는데 아이의 부모는 ‘왜 우리 아이를 왕따 시켰느냐’고 따졌다. A원감은 “아동학대 가해자로 신고를 당해 몇 년의 소송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아이에게 바깥놀이를 나가자고 여러 번 권유했지만 하던 놀이를 계속하겠다고 해서 존중해준 것인데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

편식 문제는 교사들의 고민을 한층 깊게 만든다. 보육교사들은 원칙적으로 아이들에게 음식을 먹어볼 기회를 제공해 조금이라도 맛을 볼 수 있게 하고 그래도 거부하면 먹이지 않는다. 하지만 원칙이 늘 통하진 않았다. 교사에게 편식을 고쳐달라고 요청하는 부모도 있다. 서울의 B유치원장은 “편식이 정말 심각해서 건강이 걱정스러울 정도로 밥을 안 먹는 경우엔 선생님도 고민에 빠진다”고 전했다. 부모들의 ‘이중 잣대’도 갈등을 키운다. B원장은 “교사가 때리면 학대고 부모가 때리는 건 괜찮다는 이원화된 인식도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학대에 민감해진 학부모가 늘면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이명숙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대표변호사는 “옛날에는 선생님이 그럴 수도 있다고 용인했던 일들이 최근에 아동학대 사건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인식이 바뀌고 있다”며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가 많고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 제기를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교육기관과 학부모 간 갈등은 심화되고 있지만 정부의 기준은 사실상 없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어린이집)와 교육부(유치원)의 입장은 “각 상황의 맥락을 보지 않고 일괄적으로 훈육의 경계를 정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유아의 발달을 무시하고 아이들에게 고통을 가하는 신체적, 언어적인 모든 방법은 안된다”고 했다. 복지부 측도 “아동학대의 여지가 있는 방법은 이미 훈육이 아니므로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원론적 설명만 했다.

그 외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학대 여부를 판정하는 기준을 갖고 있지만 학대 의심 행위 발생 이후 혐의 판단에 쓰이는 것일 뿐 공식적인 기준은 아니다. 이마저도 ‘36개월 이하의 영아에게 가해진 모든 체벌은 신체적 학대’ ‘아동을 비교하고 아동의 인격을 무시하거나 모욕하는 행위는 정서학대’라는 수준에 그친다.

서울시교육청 유아교육과 관계자는 “보육 현장에서 어떤 방식까지 훈육으로 용인되는 것인지 혼선이 있는 건 맞지만 그 기준을 만드는 것보다는 개별 사안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다른 친구들에게 피해를 줄 정도로 말썽을 피우는 아이는 잡아서 안정시켜야 할 때도 있는데 그런 행위가 학대인지 훈육인지는 모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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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슬 임주언 조민아 기자 smarty@kmib.co.kr

삽화=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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