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파고 0.5m에도 전복… 수륙양용버스 재추진 논란 기사의 사진
부산시가 2007년 시범운행까지 했다가 무산된 수륙양용버스 도입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같은 해 6월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요트경기장에서 열린 시승행사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수륙양용버스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모습. 뉴시스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안전사고 우려 있는데도 규제 완화 청원 2건 접수
“강과 항만 내 운행 넘어 부산 앞바다 전체로 확대” 해수부는 반대… 결론 안나


안전 문제 때문에 무산됐던 수륙양용버스 도입 사업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부산시 등에서 사업 시행의 걸림돌이었던 안전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운행 범위를 더 넓힐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는 내용도 추가됐다. 규제를 풀어 달라고 하지만 ‘안전 우려’는 과거와 달라지지 않았다. 사업 시행에 목매면서 수륙양용버스가 전복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인명 피해 등을 막는 안전장치 마련은 도외시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13일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수륙양용버스와 관련된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청원이 2건 접수돼 있다. 먼저 접수한 쪽은 부산시다. 부산시는 지난해 말 국무조정실에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이와 별개로 3월 말에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인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청원도 들어왔다. 국무조정실이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혁신 방안’(신산업의 경우 먼저 사업을 허가한 뒤 사후에 규제하는 방식)을 내놓은 지 두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포괄적 네거티브’ 지침을 발표한 뒤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청원을 받는 과정에서 접수됐다”고 전했다.

부산시의 수륙양용버스 도입 시도는 역사가 깊다. 부산시는 2007년 6월에 수륙양용버스 개발사와 운행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2008년 2월 상용운행을 목표로 시범운행까지 했지만 개발사에서 사업을 포기하며 흐지부지됐다. 이후 잠잠하던 수륙양용버스 도입 논의는 2015년에 재개됐다.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앞바다와 수영강에서 수륙양용버스를 운행하는 방안이 깊이 있게 다뤄졌다. 연구용역, 사업자 입찰 등을 거치기도 했다.

그러나 안전 문제가 불거졌다.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앞바다에서 운행한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해양안전을 다루는 해양수산부의 ‘수륙양용버스 검사 지침’에 따르면 수륙양용버스는 강과 항만 내에서만 운행할 수 있다. 광안리해수욕장 앞바다는 ‘항만 외 지역’으로 분류된다.

부산시가 지난해 말 접수한 규제 완화 청원의 핵심도 이 부분이다. 다만 논의가 ‘업그레이드’됐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을 통해 접수된 규제 완화 청원에는 광안리해수욕장 앞바다뿐만 아니라 모든 ‘평수 구역’에서 수륙양용버스를 운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평수 구역이란 호수와 하천, 항만 주변의 수역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평수 구역에서 수륙양용버스를 운행할 수 있게 규제가 풀리면 이론적으로 부산 앞바다 전체로 사업 구역이 넓어지게 된다.

관건은 안전성이다. 현재 기술로는 파도 높이(파고)가 0.5m만 넘어도 수륙양용버스가 전복된다. 국립해양조사원 관계자는 “해운대해수욕장 앞바다만 해도 태풍이 들이닥치면 최대 10m까지 파도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사업 추진을 하는 쪽에서도 이를 모르지는 않는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사업계획서를 보면 연평균 300일 가까이 ‘운행 불가능’이라고 명시돼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규제를 풀어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는 배경에는 지역경제 침체가 있다. 해운·조선업 침체로 타격을 받은 부산시는 관광 등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다. 부산시 관계자는 “그동안 꾸준히 요청해 온 것으로 해양관광 활성화 차원에서 건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내 논의 과정에서 해수부는 반대하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국민 안전이 걸린 문제인 만큼 심각하게 고려할 것”이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신기술이라는 점도 있어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안전 관련 규제는 예외로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수륙양용버스처럼 논란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미리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비슷한 입장이다. 김 부총리는 지난 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으로 일할 때 “국민의 생명·안전 등에 필요한 규제는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 ‘착한 규제’도 있다는 균형감각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했었다.

세종=신준섭 기자sman321@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