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발달장애 아동들, 숲 체험·승마가 효과적”

뇌 발달 연구 30년… 한국뇌발달연구소 김일권 소장

“자폐증·발달장애 아동들, 숲 체험·승마가 효과적” 기사의 사진
한국뇌발달연구소 김일권 소장이 자신이 직접 만든 뇌 구조 모형물을 보여주며 발달장애아동의 뇌가 어떤 부분에서 성장이 안 되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한국특수요육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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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뇌 과학 시대라고 말한다.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뇌. 이 뇌의 가치를 바로 알고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뇌는 오랫동안 신비의 영역으로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살아있는 사람의 뇌 속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뇌 발달장애 자폐증의 문제가 뇌 연구를 통해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자폐증은 왜 일어나며, 근본적인 치료방법은 없는가. 자폐증을 치료·교육하는 한국뇌발달연구소 김일권(67) 소장과 한국특수요육원 강정아(66) 원장 부부를 경기도 안양시 집무실에서 만났다.

IQ 150 영재 프로그램 개발

“뇌 과학은 결코 어렵기만 하지 않고 알면 알수록 빠져들게 됩니다. 뇌의 기능은 크게 입력, 연합, 반응 세 가지입니다. 뇌에는 1000억개의 신경세포가 있고 하나의 뉴런은 1만개의 접촉점을 통해 1000조개의 시냅스 연결망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뇌 속에는 작은 우주가 형성돼 있다. 김 소장은 “반응이 발전해 동작과 행동을 만들고 감정, 언어 그리고 온갖 창의적인 기술을 만든다”며 “좋은 것이 입력되면 좋은 것과 연합해 좋은 것을 만들어 내고, 또 이러한 감각이 연합해 개념을 형성한다”고 말했다.

대뇌피질은 귤껍질처럼 뇌를 둘러싸고 있는데 크게 감각영역과 운동영역으로 나뉜다. 감각영역에서는 모든 감각을 수용해 통합한 후 운동영역으로 전달해 반응하도록 한다. 이 반응이 단계적으로 발전해 동작이 되고 행동이 되며, 기술이 되고 언어가 된다. 언어는 모든 경험을 체계적으로 기억할 수 있게 한다고 김 소장은 설명한다.

김 소장은 30년 넘게 뇌를 연구해 왔다. 현재 여러 대학원에서 뇌 과학 특강을 하고 있다. 특히 뇌 발달에 대한 많은 연구와 경험을 통해 IQ 150의 영재를 만들기 위한 뇌 발달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두 사람이 세운 한국특수요육원은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인덕원 사거리에 있다. 발달장애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다양하게 치료하고 교육한다.

“뇌를 모르면 자폐증 치료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어요. 자폐증 원인은 뇌의 기능이 발달하지 못한 결과로 판단됩니다. 뇌 중심에 작은 계란처럼 생긴 두 개의 시상이 있습니다. 신생아가 접촉하는 모든 감각이 이곳에 모아져 뇌의 기능을 일깨우고 발달하는 것이죠.”

김 소장은 “자폐증은 시상의 기능이 잘 발달하지 못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또 위험을 감지하는 편도체 발달의 기능이 잘못된 것과도 관련 있다고 덧붙였다.

자폐증 아동을 위한 브레인우드 숲 조성

숲이 뇌 발달에 좋다. 뇌의 감각뉴런과 운동뉴런이 발달하기 좋은 곳이 숲이다. 도시의 단조로운 환경에서는 뇌의 감각기능과 운동기능이 잘 발달하지 못한다. 그래서 자폐아동은 빛이나 선, 평면 2차원적인 상황에 집착한다. 사람을 봐도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피한다.

“저희 요육원 5분 거리에 브레인우드란 숲을 조성했어요. 편백나무가 숲을 이뤄 건강한 사람의 뇌도 좋아지는 느낌이 듭니다. 이곳에서 자폐아동을 치료·교육하면 효과가 높습니다.”

김 소장은 세계적인 뇌 과학자 조장희 박사의 제자다. 조 박사는 뇌의 구조와 해부도를 자세히 볼 수 있는 MRI 기술의 세계 최고 권위자로 노벨상 후보로 자주 거론된다. 조 박사와 함께 뇌 연구를 하면서 뇌 구조물도 직접 만들게 됐다. 김 소장은 “뇌 조형물을 직접 만들어 보면 뇌 기능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뇌의 내부 영상촬영기 MRI 7테슬라를 직접 만든 조 박사는 한국특수요육원 고문이기도 하다.

“제가 처음에 뇌성마비 딸을 키우면서 의학적 치료방법이 없다는 사실에 앞길이 막막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찾아봤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자폐아동 부모들을 만났고 치료에 도움 되는 길을 함께 찾아다니게 된 것입니다.”

김 소장은 딸을 치료하기 위해 뇌와 관련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갔다. 이후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SPARC과정, 카이스트 생명과학대학 바이오과정, 연세대, 명지대, 한양대학 의과대학, 아주대 임상대학원 등에서 끊임없이 배우고 연구했다.

승마치료, 뇌 발달에 탁월한 프로그램

“뇌의 발달을 방해하거나 뇌의 기능을 손상시키는 환경이 있습니다. TV나 스마트폰을 많이 보면 상호작용을 할 수 없고 비활동적인 습관이 형성돼 발달을 저해합니다.”

김 소장은 “부모의 과잉보호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신경계가 자율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처리하는 경험을 발달시키지 못하도록 하기 때문에 심하면 자폐를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자폐증 아이들의 인지발달에 치료 효과가 최고로 높은 것은 승마입니다.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놀이터에서 오르고 내리고 미끄러지는 다소 위험한 놀이를 더 좋아합니다. 그런데 높낮이가 거의 없는 평지에만 습관화되면 주의력이 약해집니다. 뇌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에너지를 쓰지 않는데, 말을 타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말 등에 타는 순간, 중력에 적응하기 위해 떨어지지 않으려고 새 에너지를 동원해 전정감각과 운동감각을 발달시킵니다. 놀고 있는 새 근육을 쓰고 자세와 균형을 잡기 위해 몸 전체의 신경을 점점 일깨우게 되는 것입니다.”

강 원장은 “말이 움직이고 달릴 때 뇌 기능은 더 한층 상승된다”며 “이 순간 언어가 터져 나오는 등 놀라운 일들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뇌 인지과학 분야 세계적인 석학 서울대 강봉균 교수가 2011년 네이처에 신경세포 기억은 단백질과 관련이 있음을 논문으로 밝혔고 다음해 논문에서도 생크2 유전자의 결손이 자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발표했습니다.”

강 교수는 김 소장이 쓴 논문 ‘시냅스의 가소성과 자폐증 치료연구’를 지도하기도 했다.

김 소장은 “편도체 자극을 통해 자폐를 치료·교육하는 우리의 프로그램이 머잖아 과학적으로 증명되리라 본다”며 “한국특수요육원이 사용하는 방법은 미국 프린스턴대 세바스찬 승 교수의 커넥톰 이론에 근거한다”고 설명했다. 이 이론은 대뇌에 자극을 적당히 재가중해 지속하면 신경망이 새롭게 활성화돼 재연결되고, 재배선이 이뤄지면서 신경세포 기능이 재생성 된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뇌와 Kang’s 프로그램

아인슈타인의 뇌는 유언에 따라 의학적 연구에 활용됐다. 그의 뇌는 두정엽 중 일차체성감각영역이 일반인에 비해 15% 넓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래서 두정엽 천재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 부분은 대뇌피질의 중심부로 신체적 접촉에 의해 발달한다. 이 부분이 발달했다는 것은 신체적 자아의식이 강하고 자존감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 원장이 개발한 Kang’s 프로그램은 두정엽의 체성감각을 일깨우는 것으로 30년 전부터 사용해 왔다. 자폐아동들의 신체를 부모와 함께 자극을 주는 것이다. 호문클루스라고 알려진 이 영역을 일깨우면 감각신경이 깨어나고 시상과 편도체의 기능이 살아난다고 한다.

일반 아동들에게 실시하면 아인슈타인처럼 지능이 좋아져 IQ 150을 만드는 프로그램도 가능하다고 한다.

체성감각이 자폐증과 관련이 있다는 허준열 하버드대 교수의 논문이 지난해 네이처에 발표되기도 했다. 장내 미생물의 균형이 깨져 면역성이 약해 태아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일차체성감각영역에 영향을 줘 행동발달이 안 되고 반복행동을 일삼는 등 사회성 발달이 안 된다는 내용이다.

“뇌 발달은 순서가 중요한데 그 첫째가 체성감각 발달입니다. 그래서 생의 초기에 충분한 신체적 접촉을 통해 자아의식이 강화돼야 합니다. 평생을 살아가는 힘의 근원이 여기서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리듬이다. 상호작용의 리듬이 형성되면 열 받지 않고 스트레스도 받지 않는다. 반대로 뇌의 발달 순서를 무시하고 깨뜨리는 상황이 지속되면 신경계 질환이 발생하게 된다.

김 소장은 “우리가 뇌 과학을 잘 이해하고 생활에 적용한다면 보다 나은 뇌 발달은 물론 학습과 교육효과를 한층 더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많은 자폐아동 부모들이 포기하지 않고 뇌 발달 분야에 관심을 갖고 치료에 힘쓴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양=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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