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명호] 착한 생산, 착한 소비 기사의 사진
재활용 쓰레기를 모아 버릴 때 힐끗 보면 알 수 있다. 단 한 번 쓰고 버리기에는 아까운 포장재와 일회용품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무 생각 없더라도 장을 본 뒤 포장재를 벗기고 냉장고에 넣다 보면 더 확실히 알 수 있다. 그것들이 얼마나 쓸데없고, 불필요하며, 자원 낭비이고, 헛돈 쓰는 일이며, 결국 환경을 어마무시하게 해치는 것들인지. 선물용 과일 상자를 보자. 종이 상자를 열면 스티로폼 그물 덮개, 종이·스티로폼으로 만든 과일 고정용 모형, 낱개 포장용 얇은 스티로폼, 과일에 두른 종이 띠가 보인다. 거기에 과일 상자 전체를 보자기로는 왜 또 싸는지…. 내용물의 반 이상은 버린다. 1000원짜리 과자 를 사도 겹겹이 포장은 마찬가지다. 돈 주고 쓰레기를 사는 꼴이다.

일회용 컵이 완전히 썩는 기간은 20년 이상이다. 플라스틱 병이나 일회용 기저귀는 100년, 알루미늄 캔은 500년 이상 걸린다. 우리나라에서 일회용 컵은 연간 260억개 소비된다. 한 해 폐기물은 1억5000만t(2015년 기준)으로 단위면적당 OECD 국가 중 4번째다.

쓰레기 재활용(re-cycling)을 한다지만 쉽지도 않고 재활용률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걸 이번 쓰레기 대란에서 알았다. 그래서 재활용할 것조차 만들어내지 않는 프리사이클링(pre-cycling)이 생겼다. 리사이클링은 단순히 재활용하는 것이고, 업사이클링(up-cycling)은 폐목재 같은 것들에 새 디자인을 입혀 전혀 다른 재활용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다른 폐기물이나 환경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 프리사이클링은 이것마저도 극복하자는 취지다.

실제로 독일 등 유럽 국가들과 미국 홍콩 등에서 이런 식품점과 잡화점들이 속속 인기를 끌고 있단다. 곡물이나 과일, 음료, 파스타는 물론 샴푸나 치약도 이렇게 판매한다. 고객은 용기를 갖고 가서 큰 통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을 사고 싶은 만큼 덜어 가면 된다. 계산은 용기를 제외한 무게만큼 지불한다. 용기를 깜빡 잊고 왔을 땐 가게에서 빌린 뒤 반납하거나 여러 번 쓸 수 있는 용기를 사면된다. 개별 포장된 제품은 없다. 버터도 종업원이 떼어서 준다. 주로 유기농 식품이며, 산지 직거래와 포장재를 사용하지 않아 원가를 낮출 수 있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공동체의 환경을 우선하는 윤리적 소비를 한다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한다. 과대 포장이 줄 것이라고 인식할 법한 체면, 과시, 허영을 단번에 날려 버린다. 한마디로 착한 생산, 착한 소비다.

김명호 수석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