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에 보금자리를” ‘사랑의 어벤져스’ 집짓기 구슬땀

해비타트, 천안 신혼부부 희망드림주택 사업 현장서 봉사

“가난한 이에 보금자리를”  ‘사랑의 어벤져스’ 집짓기 구슬땀 기사의 사진
기업대표, 교수 등 자원봉사자들이 14일 한국해비타트가 충남 천안에서 마련한 ‘희망드림주택’ 공사 현장에 참여해 목재를 자르고 있다.천안=신현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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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충남 천안시 동남구 목천읍 서리. 한국해비타트가 건설 중인 ‘희망드림주택’ 옆에 사람들이 속속 모였다. ‘CEO 빌드’ 행사 참석을 위해 김신배 전 SK 부회장, 충남 지역에서 활동하는 대학 교수, 기업 대표 등 최고경영자(CEO)급 봉사자 19명과 한국 해비타트 스태프 등 40여명이다. 국제해비타트 조너선 렉포드 총재와 릭 해서웨이 아시아태평양본부 대표, 한국해비타트 윤형주 이사장, 한국해비타트 정근모 명예이사장, 손미향 사무총장 등 전 세계에서 해비타트 운동을 이끄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팔소매를 걷어붙인 이들은 4개조로 나뉘어 망치와 전동드릴을 들고 작업을 시작했다. 맞은편엔 논이 펼쳐져 있어 한적하고 조용하던 곳이 순식간에 뚝딱뚝딱 못 박는 소리, 나무 목재를 전동 드릴로 자르는 소리, 사람들의 목소리로 채워졌다. 사회에선 CEO, 대표 등으로 불리는 이들이지만 오랜 봉사활동 때문인지 망치로 두드리고, 드릴로 목재를 자르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한동안 못질을 하던 윤 이사장에게 다가가 “못질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며 말을 걸었다. 그는 “예전엔 용접도 하고 시멘트도 바르고 안 해본 게 없다”면서 웃으며 땀을 닦았다. 윤 이사장은 1994년 정 명예이사장의 제안으로 해비타트운동에 동참했다. 20년간 이사로 국내외를 누비며 활동한 뒤 이제 그만해도 되겠다는 생각에 4년 전 이사직에서 물러났다가 지난해 이사장으로 돌아왔다.

이날 현장의 희망드림주택은 그가 취임한 뒤 처음 시작한 저소득층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 지원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그동안 독거노인, 다문화가정 등을 대상으로 활동해 왔지만 신혼부부로 확대한 건 처음이다. 윤 이사장은 “갈수록 땅값은 오르고 부동산에 관심이 몰리면서 빈곤층은 집을 갖는 게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지방자치단체는 대지를 공급하고, 기업과 개인의 후원을 받아 해비타트가 집을 짓는 일을 실험적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시흥시와도 협력사업을 진행 중이다. 윤 이사장은 “단순히 집만 제공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입주자들이 20년간 무이자로 소정의 상환금을 낸다”며 “이 돈을 종잣돈 삼아 다시 땅을 사고, 다른 가정이 집을 갖도록 도와주는 ‘홈 도너’가 된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 이사장은 해비타트 활동을 ‘러브 인 액션, 액션 인 러브(Love in Action, Action in Love)’라는 슬로건을 통해 전하고 있다. 그는 “직접 현장에서 내가 흘린 땀을 통해 새로운 보금자리를 갖게 된 입주자들의 감동을 만날 수 있어 봉사자들이 갖는 성취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런 활동은 올해 시작하는 ‘솔리드 그라운드’ 캠페인과 맥이 닿아있다. 이는 약자의 주거안정과 건강한 도시재생을 추구하기 위해 국민의 인식을 전환하는 운동이다. 렉포드 국제총재는 “전 세계 37개국이 진행해 온 캠페인을 38번째로 한국에서 시작하게 돼 기쁘다”며 “누구나 안락한 집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인식이 한국에서도 확산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전 세계 70여개국에서 활동 중인 국제해비타트의 총재로 2005년 선임됐다. 무엇보다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올림픽위원회에서 일하면서 한국의 조정팀 코치를 맡았던 인연이 있어 한국 방문은 늘 각별하다. 그는 “그동안 한국해비타트는 국내 사역과 더불어 아시아, 아프리카 등 해외에 집을 지어주는 활동까지 활발히 해 왔다”고 평가했다.

이날 CEO들이 찾은 천안은 한국의 해비타트 운동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곳이다. 윤 이사장은 “2001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부부가 4000명 넘는 자원봉사자와 함께 방문, 천안과 태백 등 6곳에서 1만여명이 함께 136채를 지으면서 해비타트운동을 각인시켰다”고 말했다. 윤 이사장은 “지미 카터 특별건축사업을 기념하는 ‘레거시 빌드’ 프로젝트를 오는 8월 한국에서 시작해 태국, 네팔, 캄보디아 등 8개국이 릴레이로 진행하기로 했다”며 “이를 계기로 대규모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해 집을 짓는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해비타트는 다음 주부터 자원봉사자 모집을 시작한다. 윤 이사장은 “서두르지 않으면 봉사에 참여할 기회를 놓치게 될지도 모른다”며 환하게 웃었다.

천안=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사진=신현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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