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전정희] 5060세대와 사회보험 기사의 사진
살짝 치매 끼가 있는 80대의 어머니가 곤하게 주무시다가 말고 끙 하며 일어났다. 50대 ‘효자 아들’이 놀라 “어머니 어디 불편하세요” 하고 안색을 살폈다. “아니다. 내가 수면제 먹고 자야 하는 걸 깜빡 잊었구나. 내 정신머리가 요즘 이래.” 그 어머니는 수면제를 먹고 다시 잠이 들었다. 며칠 전 ‘효자 아들’ 친구들과 이 ‘웃픈’ 이야기를 하며 서로를 위로했다. 힘들게 대학 공부 시켰으나 정작 취업은 못하고 캥거루족이 된 자식들, 아들의 이름마저 간혹 잊어버리는 부모…. 우리는 정년을 마치고 소일을 하거나 정년을 앞두고 있다. 이 답답함을 딱히 호소할 데가 없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실시되기 전 요양보험 선진국 일본의 시스템을 취재차 도시와 농촌을 둘러본 적이 있다. 일상생활을 스스로 유지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개호(介護)보험이 자리 잡은 일본이었다. 이 일정에 일본 조치대학을 은퇴한 사회복지학 전공 교수가 안내를 해줬다. 80세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활발했다. 그분 나름의 알바였던 셈이다. “100세 넘은 아버지가 요양원에 계십니다.” 홀로 된 그는 자신의 현실을 얘기했다.

당시 한국은 노인복지의 개념이 없던 때였던지라 개호시설 하나하나가 입이 벌어질 만큼 훌륭했다. 마을마다 요양시설과 데이케어센터가 있었다. 청년들의 일자리이기도 했다. 지방선거만 되면 요양시설을 늘려야 한다는 공무원과 건설업자, 노인 주간 보호를 통해 집에서 생활하며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하자는 사회복지인들과의 사이에 갈등도 보였다.

그 무렵 우리는 노인요양보험 실시를 둘러싼 시민사회의 저항이 만만찮았다. 당장 내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고 과실을 따먹기는 너무나 먼 얘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신은 1988년 국민연금제도 실시 때도 마찬가지였다. 언론은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들끓는 반대 여론을 집중 보도하는 경향이 짙었다. 압축성장 시대 정부가 부정부패로 불신의 골을 깊게 한 것이 이유였다. 올해로 국민연금보험 30년, 노인요양보험 10년째다. 이 사회보험의 혜택을 50, 60대가 집중적으로 먼저 누릴 것이다. 정부가 김영란법 시행,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의 정책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50대 이후 기성 세대의 반발이 심했다.

고령화 시대. 우리는 누구의 케어를 받을 것인가. 자식도 아닌 사회보험이다. 이제 정부라는 전문가 집단의 중장기적 판단을 믿고 따르는 사회적 성숙도 필요하다.

전정희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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