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백 칼럼] 경제사회노동委에 기대하지만 기사의 사진
지난 1년 정부 정책들을 새롭게 가다듬어야
사회적 대화와 합의를 위해 정부의 신중한 노력 필요
노동가치 평가의 공정성 확보가 매우 중요


5월은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1주년을 맞으며 2년째로 접어드는 달이다.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정부는 ‘소득을 늘려 경제를 살린다’는 소득주도 성장을 내세웠다. 올해 더욱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정부의 국정 우선 3대 과제는 일자리, 4차 산업혁명, 저출산이다. 1년의 정책집행 효과를 놓고 각종 설문조사가 진행됐다. 체감경기가 지난해보다 나아졌다거나 취업시장 상황이 좋아졌다는 답은 그리 많지 않았다.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정부의 노력도 아직 뚜렷한 과정을 만들지 못하고 있고, 저출산도 개선될 기미가 없다.

소득주도 성장은 최저임금 등 근로자 임금의 인상이 경기부양과 경제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든다고 보는 것이다. 일자리를 늘리지 않으면 순환 작동이 어렵다. 그래서 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자처했다. 문 대통령은 직접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고 일자리 창출과 실업률을 점검했다. 동시에 정부는 고용유연정책 백지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강행, 최저임금 16.4% 대폭 인상, 주 52시간으로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친화정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그 결과 양질의 새 일자리는 언감생심이고 오히려 고용이 감소하는 정책 역주행 현상이 발생했다. 일자리 상황판은 언론에서 종적을 감춘 지 오래다. 정부가 세금을 투여해 고용을 장려해도 기업들이 성장하지 못해 고용여력이 나빠지면 효과가 없다는 것을 실감케 했다. 기업의 성장을 견인하지 않고 임금 인상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했다.

국정 우선 3대 과제의 해결도 일자리를 중심으로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노동가치와 행복한 삶을 얼마만큼 보장할 수 있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근로자의 날 메시지에서 ‘노동은 숭고하다’는 의미를 피력했다. 노동존중을 국정기조로 삼겠다는 지난해 공약을 재확인했다. 나아가 정부의 의지만으로는 산적한 과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고 인식, 노사정위원회의 활동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노사정위원회는 지난 1월 첫 회의를 갖고 4월 23일 3차 회의에서 명칭 변경 등을 발표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간판을 바꾸고, 새롭게 청년 여성 비정규직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을 대화 주체로 구성했으며, 조직체계를 다양하게 편성했다. 논의 과정이나 의견수렴 과정이 더욱 광범위해지고 복잡해졌다. 목표는 사회구성원들이 사회적 대화를 통해 사회양극화 해소 등 시대적 과제를 시급히 해결하는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다.

노사정위원회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법을 대체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안을 4월 안에 발의하고 5월에 통과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전부개정 법률안은 국회의원 67인의 발의로 지난 11일에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회부됐다. 국회 파행과 6·13 지방선거, 남북 정상회담에 이은 북·미 정상회담 등으로 한반도 정세가 요동을 치고 있다. 정치권에 어떤 긴급한 현안들이 회오리를 일으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속도라면 사회적 대화 합의는 차치하고 합의의 틀을 올해 안에 만들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근거법률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위원회 활동은 공전하며 허송세월이 불가피해진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사회적 대화로 도출한 결과를 사회적으로 확산하고 공유하는 방법들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중간 연결시스템을 구축하면 보다 지속적일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임의규정이었던 제19조 지역노사정협의회 설치 조항을 없앤 것이 적절한지 궁금하다. 더구나 지방분권 개헌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시대적 상황이다. ‘지역별 사회적 대화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고 종전보다 더 물러선 것은 지역별 실정을 고려한 노사정 협력을 반감시킬 수 있다.

사회적 대화의 합의는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지만 실기를 해선 안 된다. 정부는 신속한 대화 진행을 위한 필요한 조치들을 선행하거나 병행하는 게 필요하다. 합의가 담론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 그렇다고 정부가 세운 목표로만 과도하게 밀어붙일 경우 대화 주체 간 불신을 낳아 대화의 파행과 후유증은 불 보듯 뻔하다.

사회적 대화에서 노동존중 사회를 향한 대타협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로 인한 고용과 임금의 왜곡 속에 노동에 대한 평가나 보상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이젠 노동의 가치 평가에서도 공정성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기업 근로자보다는 소규모 사업장의 근로자와 일반근로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합의들이 나와야 한다. 구태·관행·관습 등 기존 것들을 버리지 않으면 새 시대에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김용백 논설위원 yb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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