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포 세대 ‘연애세포’ 깨우는… ‘리얼연애’ 프로 인기몰이 기사의 사진
현실 속 평범한 20∼30대 남녀의 연애를 다룬 예능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끌고 있다. 위부터 ‘하트 시그널 시즌2’ ‘로맨스패키지’ ‘선다방’의 일반인 출연진의 모습. 채널A·SBS·tvN 제공
평범한 미혼남녀 연애 과정 조명… 등장인물, 연예인처럼 관심 모아
남성은 경제력·여성은 미모 부각… “성 역할 고정관념 답습” 비판도


최근 몇 년 동안 20대의 로맨스를 다룬 드라마들은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왔다. 불투명한 미래 앞에 팍팍하게 살아가는 20대의 현실에서 로맨스는 사치로 여겨지고 있다. 가진 것 없는 20대 여성과 재벌 3세의 비현실적인 러브스토리는 외면 받은 지 오래다.

그런데 다시 20대의 로맨스가 방송가 안팎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장르는 드라마가 아니다. 미혼남녀의 로맨스를 파고든 예능 프로그램 ‘하트 시그널 시즌2’(채널A) ‘선다방’(tvN) ‘로맨스패키지’(SBS)가 화제의 중심에 있다. 현실의 평범한 미혼남녀가 연애를 꿈꾸며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담아낸 예능들이다. 시청률은 2%대지만 등장인물들이 연예인처럼 관심을 모으고, 이들의 로맨틱한 분위기가 온라인에서 끊임없이 회자된다.

가장 핫한 방송은 하트 시그널이다. TV 화제성 전문조사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 조사 결과 5주 연속 비드라마 부문 1위를 차지했다. 8명의 미혼남녀가 서울 종로구의 가정집(시그널 하우스)에 함께 살면서 러브라인을 만들어가는 얘기다. 같이 음식을 해먹고, 대화하고, 게임하고, 관심이 가는 사람과 데이트를 한다. 소소한 이벤트들이 펼쳐지는 가운데 관계가 얽히고설키며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시청자들을 공감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게 성공 포인트로 지목된다. 본격 연애를 하기 전, 서로의 마음을 알 듯 모를 듯한 가운데 펼쳐지는 ‘현실 썸’은 보는 이들을 함께 설레게 한다. 한 시청자는 “유부남인데 내가 다 설렌다. 연애할 때 생각이 나서 좋다”는 평을 남겼다. 과거 커플 매칭 예능이 작위적인 상황을 계속 만들어냈다면, 요즘은 이들의 진짜 일상을 관찰한다.

관찰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평가는 달라진다. 하트 시그널은 액자형 구조를 택했다. 일반인을 관찰하는 연예인 패널이 나온다. 이들은 출연진의 말과 행동을 분석해 러브라인을 추측한다. 한 걸음 떨어져 사랑에 빠지려는 사람의 마음을 분석하는 재미를 준다.

로맨스패키지는 출연진의 상황을 중계한다. 부산의 한 호텔에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방마다 카메라를 설치해 출연진의 행동을 관찰하고 해설한다. 카메라의 각도는 몰래카메라를 연상시키고, MC들의 불필요한 설명이 지나치게 이어지면서 관음증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트 시그널과 로맨스패키지는 여러 명의 남녀가 경쟁하는 구도인 반면 선다방은 일대일 소개팅을 보여준다. 경쟁 대신 첫 만남의 설렘과 어색함에 초점을 맞췄다. 연예인들이 카페 ‘선다방’에 출연진과 함께 머물면서 이들의 만남을 품평하지 않는 게 특징이다. 20대 중후반∼30대 초반의 미혼남녀가 소개팅을 어떻게 이어가는지, 이들의 가치관은 어떤지를 보여주는 쪽에 가깝다.

연애 프로그램이 성 역할의 고정관념을 답습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남성은 경제력을, 여성은 외모를 칭찬받는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속물적인 가치관을 판타지로 그려내고 있다”며 “성별에 따른 편견을 답습하는 모습으로는 시청자들을 설득하기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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