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드루킹(본명 김동원) 일당의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한 특검 도입에 합의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여야가 수사 대상과 특검 규모, 활동 기한 등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어서다. 18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한 법안이 부실하게 만들어진다면 특검 수사는 원천적으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공명정대하게 수사할 특검을 구성하고 수사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과 여건을 보장하는 내용의 법안이 마련돼야 하는 이유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여야가 합의한 내용에 대해 달리 해석하고 있어 진통을 겪고 있다. 여야는 14일 특검법안 명칭과 특검 임명 방식, 수사 범위, 법안 처리 날짜에 합의했지만 하루 만에 핵심 쟁점인 수사 범위에 대해 딴소리를 내놓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드루킹 댓글 조작과 관련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수사 대상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 축소·은폐 여부도 수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수사 대상을 댓글 조작 관련 범죄 혐의가 드러난 사람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유명무실한 특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특검의 목적은 인터넷상에서 조직적으로 여론을 조작해 온 불법행위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관련자를 처벌하는 것이다. 드루킹 일당은 매크로(자동 반복 프로그램)를 활용해 오랜 기간 여론을 조작해 왔다. 2016년 10월부터 지난 3월까지 9만여건의 댓글 조작을 해 온 단서가 드러났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안철수 후보에 대한 악의적인 비방을 주도한 정황도 밝혀졌다. 정권 실세인 김경수 민주당 경남지사 후보와 온·오프라인을 통해 여러 차례 접촉했고 경제적 공진화 모임 회원들이 집단적으로 김 후보에게 정치자금을 후원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는 지지부진해 특검 수사를 부른 것이다.

민주당은 특검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법안 마련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특검 수사에 성역이 있어서는 안 된다. 대상을 미리 특정할 수는 없지만 수사 과정에서 혐의가 드러나면 누구라도 수사할 수 있어야 한다. 드루킹 일당의 대선 전후 댓글 조작 활동, 특정 정치세력과의 관련성도 수사 대상에 포함돼야 하는 건 물론이다.

특검 규모와 활동 기한은 박근혜정부 때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 이명박정부 때 내곡동 특검 등에 준해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특검 임명 및 수사 준비기간 등을 감안하면 특검 활동이 본격 시작되는 것은 6·13 지방선거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여야는 특검을 지방선거에 활용하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말끔히 해소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특검법안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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