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할아버지와 손자

창세기 48장 8∼16절

[오늘의 설교] 할아버지와 손자 기사의 사진
성경에 등장하는 가족 이야기를 보면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손자, 손녀의 이야기가 거의 없습니다. 조부, 손자라는 단어는 나옵니다. 그러나 그것은 누구를 설명할 때 일컫는 단어이지, 할아버지와 손자가 함께 살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기록한 내용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본문에는 할아버지 야곱과 손자들인 에브라임, 므낫세가 만났을 때의 기록이 있습니다. 할아버지와 손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다다른 야곱에게 손자 에브라임과 므낫세는 어떤 의미일까요.

“요셉이 두 아들을 이끌어 아버지 앞으로 나아가니 이스라엘이 그들에게 입 맞추고 그들을 안고 요셉에게 이르되 내가 네 얼굴을 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였더니 하나님이 내게 네 자손까지도 보게 하셨도다.”(10∼11절)

가장 먼저 야곱에게 있어서 에브라임과 므낫세는 하나님의 복이었습니다. 야곱에게는 요셉을 만나게 된 것만으로도 하나님께 복을 받은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생각지도 않았던 손자들까지 그의 품에 안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것은 야곱이 장수했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그리고 죽은 줄로만 알았던 요셉을 보았을 뿐만 아니라 요셉의 아들들인 에브라임, 므낫세까지 보게 됐다는 것은 야곱에게 부어주신 하나님의 복이었습니다.

에브라임과 므낫세는 야곱에게 있어서 삶의 연장선을 나타냅니다. 야곱은 아브라함의 손자입니다. 에브라임과 므낫세는 야곱의 손자들입니다. 야곱은 아브라함과 이삭, 그리고 야곱으로 불리길 원했습니다. 이제 그는 그의 손자들이 자기의 이름으로 불리는 것을 위해 축복을 합니다.

사실 야곱은 어떤 인물이었습니까. 아버지 이삭으로부터 이 축복을 받기 위해 아버지도 속이고 형도 속였습니다. 그리고 이 축복 때문에 집도 떠나야 했고 수많은 고생도 감수해야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야곱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 축복기도를 너무 쉽게 해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자기는 그렇게 고생하고 얻은 것인데 말입니다. 그것이 할아버지의 마음, 부모의 마음입니다. 이 마음을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져주는 마음입니다.

야곱은 지금 손자들에게 져주고 있는 것입니다. “나도 고생했으니 너희도 고생해 봐라”가 아니고, “나는 고생했지만 너희는 고생하지 마라” 하면서 축복해 주는 것입니다. “나를 모든 환난에서 건지신 여호와의 사자께서 이 아이들에게 복을 주시오며 이들로 내 이름과 내 조상 아브라함과 이삭의 이름으로 칭하게 하시오며 이들이 세상에서 번식되게 하시기를 원하나니다.”(16절)

야곱은 져주는 것을 몰라서 축복기도를 훔쳤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가 험한 인생을 살고 져주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져주면서도 뿌듯한 마음, 어쩌면 ‘하나님의 마음이 이런 마음 아니실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이기시는 분 같지만 늘 져주는 분이십니다. 못났어도 받아주시고, 잘못했어도 용서해 주시고, 도와 달라고 하면 도와 주시고, 힘들다고 하면 기다려 주시고, 투덜거려도 참아주십니다. 주저앉기라도 하면 일으켜 세워 주시고, 위험할 때는 두 팔로 감싸 안아 주시는 분입니다.

가정의 달을 보내고 있습니다. 매년 통과의례처럼 별 의미 없이 보내고 있진 않습니까. 5월은 1년 가운데 자녀와 부모, 부부의 관계, 나아가 하나님이 허락하신 가정의 의미를 깊이 묵상해볼 수 있는 시기입니다. 할아버지 야곱이 손자인 에브라임과 므낫세를 축복하는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자녀가 된 우리를 한없이 사랑하시며, 복을 베푸시기를 원하는 하나님의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지지 않습니까.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믿음의 유업을 지키고 이어가는 가정을 일구시길 소망합니다.

김수완 목사(청주 주섬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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