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유은정 원장] “자신에게 비난의 화살 쏘지 마세요”

‘상처받지 않고 끝까지 사랑하기’ 펴낸 유은정 원장

[저자와의 만남-유은정 원장] “자신에게 비난의 화살 쏘지 마세요” 기사의 사진
유은정 서초좋은의원 원장이 지난 10일 ‘상처받지 않고 끝까지 사랑하기’의 집필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크리스천의 마음건강을 지켜주는 응급약 같은 책”이라고 소개했다. 신현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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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선인장을 품에 안고 있는 표지가 시선을 끈다. 책 제목은 ‘상처받지 않고 끝까지 사랑하기’(규장).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인가 생각하며 표지를 다시 보니 선인장에 가시가 없다. 책의 저자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일까.

저자는 10만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를 쓴 유은정 서초좋은의원 원장이다.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병원에서 만난 그는 이렇게 책을 쓰게 된 배경을 소개했다.

“그 책을 읽은 분들이 ‘그러면 다른 사람에게 잘해주지 말라는 거냐’, ‘상처 주는 사람이 가족이면 어떡하냐’고 묻더군요. 세상의 심리학은 자기보호를 최우선으로 여겨요. 그래서 내가 누구를 위해서 잘해준 것인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잘해주고, 모든 사람에게 다 잘할 순 없다는 걸 인정하라고 조언했지요. 하지만 예수님 제자의 모습은 어떤 한계를 정해 놓고 누군가에게 잘해주는 게 아니잖아요. 그렇게 조건부가 돼선 안 되는데. 기독 정신과 의사로서 고민했던 것들을 풀어내 보고 싶었어요.”

그는 책에서 기독상담과 세속적인 상담의 차이, 크리스천의 자존감은 세상 사람들의 것과 다르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이어 말씀과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분노조절, 우울, 불안과 두려움, 불면증 폭식 비만, 스트레스, 일중독, 행위 중독, 결혼 관련 문제에 이르기까지 실질적인 주제들을 다룬다.

“세상의 심리학은 나를 보호하고, 스스로 자존감을 찾으라고 해요. 자존감이 낮으면 안 되는 것처럼 작은 성취를 통해 스스로 자존감을 높여가라고 해요. 하지만 기독교적인 자존감은 그리스도 안에서, 그분을 통해 자신을 중시하는 것입니다.”

유 원장은 이화여대 의대를 졸업하고, 개원한 뒤 뒤늦게 미국으로 신학공부를 하러 떠났다. 20대 중반 IMF 위기 때 마주한 아버지의 죽음이 신학공부를 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풀러 신학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는 동안 그의 자존감은 바닥을 쳤다. 의사 가운을 벗어던지니 30대 영어 못하는 아시아인에 불과했다.

“내적 치유 세미나에 가려고 캘리포니아주 돌산을 달렸어요. ‘금은보화를 보게 될 것’이란 기대를 품고 갔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울면서 기도하다가 ‘금은보화는 바로 너다’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는 그때까지 자기 자신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늘 무언가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그였지만 그때 깨달았다.

“죄짓고, 헤매고, 결핍 있는 내 모습 때문에 내가 느끼는 자존감은 매번 달랐지만, 나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빚어진 나란 존재 자체가 소중하다는 것을 그때 알았어요. 크리스천은 그래서 내 안에 계신 예수님이 나를 어떻게 빚어가실지 기대하며 살 수 있는 것이지요.”

현대사회는 한마디로 중독사회다. 그는 “요즘 현대인은 모든 것이 가능하지만, 모든 것이 유익하지 않은 시대를 살고 있다”며 “물질뿐만 아니라 술, 마약, 담배, 인터넷, 운동, 공부, 쇼핑에 이르기까지 중독이 심각하다”고 했다. 그가 상담실에서 만난 사람들은 누구나 말 못할 사연을 갖고 찾아왔다. 특히 크리스천은 자기 비난의 화살을 한 번 더 쏜다. 내가 믿음이 부족해서, 기도를 적게 해서, 의지가 약해서 하는 식이다.

“병원에 와서 15분 상담을 마치고 아쉽게 돌아서는 사람들, 병원에 찾아올 엄두를 못 내는 사람들, 어디 가서 조언을 구할 곳도 없는 사람들에게 응급약 같은 책이 되면 좋겠어요. 기독교인이 읽어도 좋겠지만, 다른 분들이 읽고 심리처방의 차이를 보면서 기독교가 이런 것이구나, 크리스천은 이런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면 좋겠습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사진=신현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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