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김재중] 정말 국민의 삶이 나아지려면 기사의 사진
“임기를 마칠 때쯤이면 ‘음, 많이 달라졌어. 사는 것이 나아졌어’라는 말을 꼭 듣고 싶습니다. 정말 국민의 삶이 나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 1주년을 맞아 SNS에 띄운 인사말이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80%를 넘나들며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취임 1년 기준으로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율이다. 남북 정상회담과 한반도 평화기류, 탈권위적인 행보와 국민과의 소통, 야당의 지리멸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경제 분야로 눈을 돌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치솟는 실업률과 취업자 수 감소 등 고용 악화는 일자리정부를 표방한 문 대통령으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임기 첫날인 지난해 5월 10일 ‘1호 업무지시’로 일자리위원회 구성을 지시했다. 또 취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등장했던 청와대 일자리상황판은 언제부터인가 관심에서 사라졌다.

문재인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와 공무원 증원 등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고용의 질을 높이겠다고 했지만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결국 민간기업이 동참해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지속될 수 있다. 최근 한 설문조사를 보면 청년(20, 30대) 구직자 10명 중 8명은 정부의 일자리 대책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을 정교하게 다듬고 보완해야 할 때다.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 성장론을 내세웠지만 성과는 별로 없고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부작용만 심화되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이 수혜자로 설정했던 저소득층 노동자와 영세업 종사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 일시적으로 재정을 투입해 임금을 보전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하고 정기상여금 등을 산입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

또 하나의 성장 축인 혁신성장론도 구호만 무성할 뿐 구체적인 밑그림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자율주행차, 드론 등 13개 성장동력을 확정하고 2022년까지 7조96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3월까지 수립하겠다던 세부실행계획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마저 최근 감소세로 돌아서 성장의 엔진이 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혁신성장 계획과 함께 주력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민간 기업에 일자리를 만들라고 독려하면서 규제의 고삐를 죄고 있다면 모순이다. 기업의 경영 환경과 투자 여건을 개선할 수 있도록 규제 개혁을 병행해야 일자리 문제가 풀릴 수 있다. 문재인정부가 규제 혁신을 위해 일정 기간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해주는 ‘규제 샌드박스’를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공무원들이 규제 권한을 쉽게 내려놓을지 의문이다. 대통령과 경제부총리가 직접 나서서 독려해야 한다.

요즘 기업인들을 만나보면 오는 7월부터 시행될 주 52시간 근로에 대한 우려가 크다. 실제로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은 인력을 추가 채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근로시간까지 단축할 경우 사업을 접어야 할 수도 있다고 호소한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중소기업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보완책으로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이나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들은 단위기간을 6개월∼1년으로 설정하고 있다.

문 대통령에겐 4년이라는 시간이 아직 남아 있다. 지금부터라도 경제전문가들과 기업인, 구직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현장과 적극 소통해 실효성 있는 정책을 추진한다면 경제 성장의 새로운 모멘텀을 확보하고 일자리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2022년 임기 말에는 국민들이 정말로 삶이 나아졌다고 체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재중 산업부장 jjkim@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