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김동연 “혁신성장 위해선 시장과 기업의 기를 살려야” 기사의 사진
김동연 부총리는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는 심정으로 지난 1년간 달려 왔다”며 “과거 압축성장 틀에서 사람 중심 투자와 혁신성장을 두 축으로 하는 지속 가능 경제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데 역점을 뒀다”고 말했다. 이병주 기자
소득주도 성장은 사회 구조적 문제 해결을 강조하는 것
최저임금 급격한 인상, 고용에 어떻게든 영향 미쳤을 것
경제분야 지금은 I학점 정도… A로 바꾸도록 노력하겠다
정부가 특정 기업 옥죄고 있다는 오해 있는데 전혀 아냐


그가 살아온 삶의 궤적을 보면 ‘사람 중심의 경제’를 내세운 문재인정부에 그만큼 딱 맞는 적임자도 없다. 지난정부에서도 부총리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하고 초야로 돌아간 것은 갑자기 아들을 잃은 상실감도 컸지만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철학과 소신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다. 김동연(61)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다음 달 9일 취임 1년을 맞는다. 눈병과 장염, 몸살로 링거 투혼을 발휘하며 숨가쁘게 달려왔지만 경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3년 만에 3%대 성장을 회복한데 이어 올 1분기도 1.1% 성장했지만 3개월 연속 취업자 수 증가폭이 10만명대 쇼크다. 김 부총리를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났다.

만난 사람=이명희 논설위원

-부총리는 청문회 때부터 소득주도 성장보다는 사람 중심 투자라는 말을 주로 쓴다. 그러면서 혁신성장을 주창하는데 둘의 관계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두 가지 필요조건이 있다. 첫 번째는 소득분배, 양극화, 계층이동 단절과 같은 구조적 문제 해결이다. 이것이 사람 중심 투자 또는 소득주도 성장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지 않다. 경제·사회 전 분야의 생산성·효율성을 높이는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소득주도 성장이란 표현은 소득을 늘려 성장한다기보다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강조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좋겠다. 혁신 없이 소득만을 올려서 성장을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가계의 소득을 늘려주면 소비가 늘고 그것이 성장을 이끈다는 청와대 참모들의 소득주도 성장론과 톤이 다르다. 오히려 일자리라는 마차는 성장이라는 말이 끄는 결과이기 때문에 마차를 말 앞에 둘 수 없다는 친노(親盧) 경제학자들의 지적과도 일맥상통한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소득주도 성장이 오히려 신규 일자리를 위축시켰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저조한 고용 실적의 원인과 대책은.

“경제정책의 최종 결과물이 일자리다. 최근 어려운 여건을 보면 국민들에게 송구한 마음이다. 일자리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쉽지 않다. 수요 측면에서는 주력 산업의 고용 창출력이 둔화되면서 좋은 일자리가 많이 늘고 있지 않다. 새로운 산업 창출도 지체되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는 교육 동질화로 청년들의 선호가 대기업·공공기관으로 쏠리고 있다. 중소기업의 빈 일자리가 20만개다. 노동시장 구조 측면에서 보면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 간 이중 구조가 심하다. 안정성과 유연성도 낮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했다. 내년 최저임금도 두 자릿수로 올릴 계획인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어떤 식으로든 고용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효과를 분석 중이다. 사업자의 수용성도 따져봐야 한다. 취지는 좋지만 시장과 현장에서 어느 정도 수용 가능한지 면밀히 봐야 한다. 이걸 감안해 필요하면 최저임금 인상 속도는 조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내년에도 지원하나.

“재정에서 항구적으로 지원할 수 없다. 국회 예산안 의결 시 합의한 3조원 한도 내에서 지원하는데 내년에 어떻게 할 것인가는 검토 중이다. 하지만 올해 주던 걸 내년에 절벽처럼 딱 안 줄 수는 없다. 궁극적으로는 근로장려세제(EITC) 등 간접 지원과 연계해서 일자리 안정자금 연착륙 방안을 7월까지 마련하겠다.”

-최근 1년간의 경제성과를 평가하면서 소득주도 성장 때문에 글로벌 경기가 좋은데도 우리만 역주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동의하지 않는다. 지난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3.8%로 우리(3.1%)보다 높지만 경제가 성숙해지면서 성장률은 낮아지게 돼 있다. 지난해 북핵, 사드, 한·중 통화스와프, 부동산, 구조조정 등 많은 문제가 있었다. 이런 위험 요인들을 잘 관리해 해소하거나 완화시키면서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

-경제 분야 점수를 준다면.

“지금은 I학점이다. 인컴플리트(incomplete·불완전 이수). 학점 요건은 거의 다 충족했지만 일부 미비한 내용을 보완한 후에 점수를 주려고 교수가 유보해 놓은 상황이다. 경제 사회 전반의 혁신 등 남은 과제를 완수해 I를 A로 바꾸도록 하겠다.”

-올해 3% 성장 가능한가.

“세계 경제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우리에게 위기 요인이 혼재돼 있어 단정적으로 얘기하기 어렵다. 3%대 복원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혁신성장을 추진했지만 구체적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17일 혁신성장보고대회에서 구체적 계획이 나오나.

“그동안 해온 성과발표와 노동시장 개혁이나 규제 개혁 등 미진한 부분을 솔직하게 얘기하는 자리다. 규제는 기득권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경쟁 제한적 진입규제, 공유경제, 서비스 분야 등 진척이 없었던 20∼30개 핵심 규제를 꺼내놓고 왜 안 되는지 공론화해서 피해 보는 계층에게 합리적 보상 방안을 마련해 돌파구를 찾겠다. 특히 혁신성장을 위해 기업들의 기 살리기에 힘을 쓰겠다. 정부가 특정 기업을 옥죄고 있다는 오해가 있는데 전혀 아니다. 일부 기업의 후진적 지배구조나 갑질 행태 등은 시정해야 하지만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전념하도록 여건을 만드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방침이다. 과거 LG에 파주 LCD 공장 설립 허가를 내준 것처럼 대기업을 포함해 일자리가 수반되는 투자를 하면 패키지로 규제를 풀겠다.”

-삼성은 언제 만나나. 그게 특정 기업 옥죄기가 아니라는 시그널을 주기에 가장 좋은데.

“우리 경제를 잘 되게 하고 혁신성장을 위해선 어떤 기업을 만나는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우리 경제가 혁신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는 곳이면 언제든지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동산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 인상 기준은 어떻게 되는지. 세계적 추세대로라면 보유세를 올리면 거래세(양도소득세+취득·등록세)는 낮춰야 하는 것 아닌가.

“보유세 개편은 조세 부담의 형평성, 거래세와 보유세의 비중 및 부동산 가격 안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진할 계획이다. 다주택자는 물론 1가구 1주택인데도 다주택보다 더 비싼 시가의 집을 소유할 수 있기 때문에 공평과세 차원에서 균형 있게 검토할 예정이다. 재정개혁특위가 여론조사, 공청회 등을 거쳐 다음 달 말까지 종부세 개편 권고안을 마련하면 국민경제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올해 세제개편안에 반영하겠다.”

-금호타이어를 비롯, STX·성동조선에 이어 지난주 한국GM까지 기업 구조조정이 거의 마무리됐다. 당초 일자리 문제로 구조조정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김동연 뚝심’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구조조정은 관료사회에서 아무리 잘해도 욕먹는 업무다. 그러나 문드러진 상처를 도려내지 않고는 새살이 돋아날 수 없다. 대주주의 책임, 이해관계자 고통 분담, 독자생존 가능성이라는 3대 원칙대로 구조조정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시장에 던졌다. 어려움도 있었지만 관계부처 장관과 기관장들에게 ‘원칙대로 가자’ ‘최종 책임은 내가 진다’고 독려했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규제개혁과 노동개혁 등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친노동 정부인 현 정부가 노동개혁을 하기에 적기라는 지적이 많은데.

“노동시장은 안정성과 유연성 모두 필요하다. 우리 현실에서는 안정성 강화가 우선이다. 고용 안정성이 취약해 회사 밖으로 나가면 삶이 나락으로 떨어진다. 안정성이 일정 수준 확보되면 유연성을 높이는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야 한다. 실업급여 수준과 급여 기간을 좀더 늘리고 전직훈련이나 안정성을 강화하는 사회정책을 어느 단계까지 펴야 한다.”

-IMF와 미국 정부는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라고 하는데.

“외환시장 안정 조치 내역 공개 여부와 방법에 대해 금명간 발표하겠다. 안정 조치 내역을 공개하더라도 시장 급변동 시에는 안정 조치를 실시한다는 외환정책 원칙은 확고하다.”

-대통령과 월 1회 비공개 회동 계속하고 있나.

“1월부터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경제 현안에 대해 월례 보고하고 있다. 정례 보고 말고도 자주 뵙기 때문에 대통령을 가장 많이 만나는 장관일 거다. 직언을 많이 하는 편인데 대통령께서 많이 수용한다.”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경협도 본격화할 것 같다. 어떤 부분을 검토하고 있는지.

“사회간접자본(SOC) 협력이나 재원 대책 등을 어떤 식으로 할지 차분하고 치밀하게 준비하겠다. 국제사회의 협의와 동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어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해 협력 가능 분야와 재원 마련 방법 등을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 경제를 어떻게 이끌고 갈지 한마디 한다면.

“일자리와 혁신성장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

▒ 金 부총리 누구인가
가정형편 어려운 학생들 후원에 앞장


‘고졸 신화’ ‘흙수저 장관’. 그에게 따라다니는 수식어들이다. 11세에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에서 살며 할머니, 어머니, 세 동생을 부양했다. 나중에 그 집도 철거돼 천막에서 살았다. 덕수상고를 졸업하기 전 은행에 취직해 야간대학(국제대)을 다녔다. 은행 합숙소에서 옆방 선배가 쓰레기통에 버린 고시 잡지를 보고 고시 공부를 시작해 입법고시와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그는 가난했던 그 시절이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위장된 축복’이라고 말한다.

부와 사회적 지위의 대물림이 고착화되고 양극화가 심각한 우리 사회에서 그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교육을 통해 계층이동할 수 있도록 사다리를 복원해주고 싶어 한다. 어렵게 공부해 성공한 이들의 모임인 ‘청야(靑夜)’를 만들어 야간고교나 야간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을 후원하거나 멘토링하고 아주대 총장 시절 저소득층 대학생 해외연수 프로그램 ‘애프터 유’를 시작한 이유다. 부총리가 돼서는 올해 ‘파란 사다리’ 사업으로 다른 학교로 확장시켰다. 아주대 총장 때처럼 지금도 보수의 절반 가량을 ‘파란 사다리’ 사업 학교와 미취학 아동센터 등에 기부하고 있다.

△충북 음성 △덕수상고 △국제대 법학과 △서울대 행정학 석사, 미국 미시간대 정책학 박사 △행정고시 26회 △세계은행 프로젝트 매니저 △기획예산처 전략기획관, 산업재정기획단장, 재정정책기획관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국정과제비서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기획재정부 2차관 △국무조정실장 △아주대 총장

정리=이성규 홍석호 기자 zhibago@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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