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라동철] 행동주의 헤지펀드 기사의 사진
소수의 고액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단기 이익을 노리고 국제 금융시장에 투자하는 자본을 헤지펀드라고 한다. 위험을 회피하고 분산시킨다는 의미의 헤지(hedge) 꼬리표를 달았지만 본질은 투기성 자본이다. 헤지펀드 중에서도 특별히 행동주의 헤지펀드라 불리는 자본이 있다.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 기업 경영에 적극 개입 등을 통해 단기간 고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다. 장기투자보다는 수익 극대화가 목적이라 성장 잠재력을 갉아 먹을 수 있는 자해성 정책을 기업에 요구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은 최대주주의 지분이 적어 경영권이 취약한 기업들을 주된 먹잇감으로 삼았다. 미국계인 칼 아이칸 엔터프라이즈는 2006년 KT&G 2대 주주가 된 뒤 배당 확대, 부동산 처분, 자회사인 한국인삼공사 기업공개, 자사주소각 등을 요구해 주식매각 차익과 배당금으로 1482억원을 챙겨 떠났다. KT&G는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당기순이익은 말할 것도 없고 신규 투자 등을 위해 쌓아둔 유보금까지 탈탈 털어 주주들에게 갖다 바쳤다. 뉴질랜드계인 소버린은 2003년 SK㈜에서 경영권 분쟁을 일으켜 1년 만에 투자금의 5배인 8000여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영국계인 헤르메스는 2004년 삼성물산을 공격해 300억원대의 차익을 남겼다.

최근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 계획에 반대하고 있는 엘리엇 매니지먼트도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일종이다. 현대모비스 지분은 1%대에 불과하지만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우군을 끌어 모으며 오는 29일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속속 엘리엇의 손을 들어주고 있어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해소를 통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취약한 그룹 지배구조가 자초한 상황이지만 이를 빌미로 수익을 챙겨 ‘먹튀’할 가능성이 있는 엘리엇도 밉상이다. 현대모비스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데 주총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라동철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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