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6일 새벽 갑자기 한·미 공군의 연합 공중훈련인 맥스선더 훈련을 비난하며 이날 열릴 예정이었던 남북 고위급 회담을 무기한 연기했다. 이 훈련을 한·미 군사적 소동으로 규정하고 회담 취소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남한에 있다고 주장했다. 어이없는 주장이다. 맥스선더는 한·미 공군의 연례적인 방어 훈련이며, 예고돼 있었고, 이미 지난 11일부터 진행 중이다. 같은 날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도 담화를 통해 “일방적인 핵 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다가오는 조·미(북·미) 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3월 남한 특사단이 방북했을 때 예년 수준의 한·미 연합훈련을 이해한다고 언급했었다. 그것에 비하면 태도가 돌변한 것이다. 국방부가 바로 미국과 협의 후 훈련을 계획대로 한다고 발표한 것은 잘한 조치다.

북한의 느닷없는 고위급 회담 연기와 한·미에 대한 경고, 북·미 정상회담 취소 가능성 시사는 다분히 계산적인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그들의 전통적인 외교협상술일 가능성이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두 차례 방북한 뒤 미국 협상팀은 평양에 남아 정상회담 의제와 합의 내용 등에 대해 계속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핵화와 체제 보장 등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을 테스트하면서 더 큰 보상을 얻어내려는 협상전략일 것이다. 김 부상은 또 핵 개발 초기 단계의 리비아를 핵보유국인 북한과 비교하는 것을 “아둔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에 핵보유국으로서 동등한 대우를 해 달라는 요구이자 미국 쪽에서 나오는 비핵화 방식들에 대한 불만이다. 핵보유국 자격으로 미국과 핵 군축을 하자는 신호일 수도 있겠다. 이런 정황을 볼 때 북한의 경고는 우리보다는 미국을 향한 메시지이며 협상력 제고를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회담 연기와 경고는 결과적으로 남·북·미가 막 쌓기 시작한 신뢰관계를 훼손할 수 있어 우려된다. 북한이 국제사회로 복귀하고 정상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존의 협상 방식과 태도를 달리해야 한다. 무엇보다 판 깨기 외교 전술은 이젠 통하지 않는다.

지금은 한반도 관련국 모두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자극적 언동은 서로 자제할 필요가 있다. 한·미도 비핵화 방식이나 절차, 경제적 보상 등을 언급하며 북한을 자극해 체면을 손상시키는 행위는 가급적 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의 원칙을 후퇴시켜선 안 된다. 대북 관계를 신중히 하자는 것과 비핵화 검증 문제는 별개다.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라는 큰 목표를 달성하려면 그 과정에서 엄청난 도전이 있기 마련이다. 이해당사자 모두 진중해야 한다.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